2018 평창 올림픽 때 오륜기 앞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있는 관중. 평창=AP 뉴시스
러시아가 내년 도쿄(東京)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나왔습니다.
WADA 규정 준수 검토 위원회(CRC·Compliance Review Committee)는 앞으로 4년간 러시아가 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그리고 각 종목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주요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징계하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WDAA 이사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25일(이하 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CRC에서 이런 징계안을 마련한 건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서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테스트 검사 결과를 조작해 올해 1월 WADA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CRC는 WADA에서 이번 조사 때문에 만든 독립 위원회입니다.
WADA는 "2014년 소치 올림픽 등에서 러시아가 국가 주도로 조직적으로 광범위한 도핑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2015년 11월 RUSADA에게 회원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조건부 징계 해제에 합의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IOC) 건물. 동아일보DB
징계 해제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징계 해제 당시 썼던 '세계반도핑기구, 러시아에 대한 징계 철회'에서 인용하면:
첫 번째는 RASADA가 올해 12월 31일까지 모스크바 실험실 정보관리시스템(LIMS)을 제3의 전문가를 통해 WADA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시스템을 검토한 뒤 WADA에서 샘플을 추가 요청할 경우 RUSADA는 내년(2019년) 6월 30일까지 모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기 때문에 징계를 피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WADA는 12월 9일 프랑스 파리에서 다음 이사회를 엽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선수권대회(유로) 2020 개최 도시. UEFA 홈페이지
WADA 이사회에서 징계를 확정해도 러시아가 2020 유럽축구연맹(UEFA) 선수권대회(유로 2020)에 참여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유로 2020은 WADA에서 정의한 '주요 국제대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로 2020에는 유럽 국가만 참가하기 때문에 분류 과정에서 이 대회를 제외한 것.
당연히 유로 2020 경기를 러시아에서 개최하는 데도 문제가 없습니다. 원래 이 대회 역시 월드컵처럼 개최국을 따로 정해 경기를 치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창설 60주년을 맞아 유럽 12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 12개 도시 중 한 곳이 바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입니다.
정확한 징계 대상은 모든 러시아 선수가 아니라 RUSADA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입니다. 도핑을 저지르지 않은 선수는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평창 때도 이들은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라는 이름으로 참가했습니다.
물론 러시아에서 이번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제스포츠중재판소(CAS)에서 시비를 가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