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9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는 워싱턴 선수단. 휴스턴=로이터 뉴스1


워싱턴이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하면서 메이저리그 2019 시즌이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워싱턴은 30일(현지시간) 방문 경기로 열린 2019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휴스턴을 6-2로 물리쳤습니다.


워싱턴은 0-2로 끌려가던 7회초 앤서니 랜던(29)이 1점 홈런을 날리면서 추격을 시작했고, 후안 소토(21)가 볼넷을 얻어낸 뒤 하위 켄드릭(36)이 1루쪽 파울폴 하단을 맞히는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9회초에 두 점을 더 보태며 승기를 굳힌 워싱턴은 대니얼 허드슨(32)이 9회말 휴스턴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면서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에게 돌아갔습니다. 스트라스버그는 저스틴 벌랜더(36)와 2, 6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여 2승,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습니다.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이 2009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지명했던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건 스트라스버그가 처음입니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커미녀서스 트로피)를 받아 들고 기뻐하는 워싱턴 선수단. 휴스턴=로이터 뉴스1


• 휴스턴에서 열린 1차전 때 5-4 승리를 거둔 워싱턴은 이튿날에도 12-3 대승을 기록하면서 기분좋게 안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3차전에서 1-4, 4차전 때 1-8, 5차전은 1-7로 3연패를 당하면서 오히려 패전 위기에 몰렸습니다.


워싱턴이 다시 힘을 낸 건 휴스턴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워싱턴은 6차전을 7-2로 가져오면서 역대 40번째 7차전까지 월드리시즈 승부를 끌고 갔고 기어이 115번째 월드시리즈 주인공이 됐습니다.


역대 월드시리즈 챔피언 가운데 안방에서는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방문 경기에서만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를 끝낸 건 올해 워싱턴이 처음입니다.


역시 4선승제로 챔피언결정전을 진행하는 미국프로농구(NBA)나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에도 이런 기록을 남긴 팀은 없습니다. 6차전까지 방문팀이 전부 이긴 것도 올해 월드시리즈가 처음이었습니다.


아, 이날 워싱턴 승리로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는 방문팀이 22승 18패(승률 .550)로 앞서 가게 됐습니다. 월드시리즈 전체 경기 성적은 안방팀이 386승 318패(승률 .548)입니다.




• 거꾸로 1987년, 1991년 월드시리즈 때는 방문 경기에서는 모두 패하고 안방 경기에서 모두 이긴 팀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상대는 세인트루이스(1987년)와 애틀랜타(1991년)로 달랐지만 우승팀은 두 번 모두 미네소타였습니다. 메이저리그 팀이 미네소타를 연고지로 삼은 건 1961년부터. 그 전까지는 (설마 다른 곳이겠어요?) 워싱턴이 이 팀 연고지였습니다.


시네이터즈라고 부르던 이 첫 번째 워싱턴 팀은 1924년 월드시리즈 때 뉴욕(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4승 3패로 물리치고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워싱턴 연고 메이저리그 팀이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건 올해가 이때 이후 95년 만에 처음입니다.


현재 워싱턴 팀 내셔널스는 196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창단했으며 2005년 연고지를 이전했습니다. 이 팀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창단 후 50년 만에 처음입니다. 사실 월드시리즈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김병현(40)이 신나게 홈런을 맞으면서 뛰었던 2001년 월드시리즈도 애리조나가 안방에서 열린 1, 2, 6, 7차전에서 승리하면서 창단 후 첫 우승을 맛봤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쓰면 상대팀 뉴욕 양키스도 자기들 안방에서 열린 3~5차전은 싹쓸이했다는 것.



2011년 일본시리즈 챔피언 소프트뱅크. 일본야구기구(NPB) 홈페이지


• 일본시리즈에서는 소프트뱅크와 주니치(中日)가 맞붙은 2011년 6차전까지 전부 방문팀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7차전에서 안방팀 소프트뱅크가 3-0으로 승리하면서 방문팀 전승 우승 기록이 사라졌습니다. 그 뒤로는 이런 기록을 남긴 해가 없습니다.


거꾸로 히로시마(廣島)와 킨테츠(近鐵)가 맞붙은 1979년 일본시리즈 때는 1~6차전까지 전부 안방팀이 이겼습니다. 단, 7차전에서 방문팀 히로시마가 4-3으로 승리하면서 안방팀 전승 기록을 남기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2003년 일본시리즈 때도 6차전까지 안방팀 전승 기록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7차전에서도 안방팀 다이에가 한신(阪神)을 6-2로 물리치면서 결국 7경기 모두 안방팀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다이에는 2005년 소프트뱅크로 팀 이름을 바꿨습니다.





• 한국시리즈는 2015년까지 서울 중립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기록을 남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일 비슷한 기록을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건 프로야구 원년(1982년) 챔피언 OB(현 두산)입니다. 


프로야구 첫 번째 한국시리즈에서는 전·후기 리그 챔피언이 맞붙었습니다. 1차전을 전기 리그 우승팀 안방 구장에서 치른 뒤, 2차전은 후기 리그 챔피언 안방에서 소화하고, 3차전부터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승부를 가리는 일정.


OB가 당시 안방으로 쓰던 대전구장에서 열린 1차전은 3-3 무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OB는 2차전에서 5-9로 패했지만 3~6차전을 싹쓸이하면서 프로야구 초대 챔피언이 됐습니다.


3, 5차전 때 OB가 말(末) 공격을 했으니 안방 경기에서 이긴 건 맞지만 당시 동대문구장 주인은 OB가 아니라 MBC(현 LG)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OB 역시 올해 워싱턴처럼 안방 구장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챔피언이 됐지만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OB를 제외하면 안방에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프로야구 챔피언이 된 팀은 없습니다.


두 팀이 안방에서 전승을 기록한 사례와 제일 비슷한 건 2009년 한국시리즈입니다. 당시 우승팀 KIA는 말 공격에 나선 1, 2, 5, 7차전에서 승리했고 SK는 3, 4, 6차전을 가져갔습니다.


이때 역시 5~7차전은 중립구장(잠실)에서 열렸기 때문에 두 팀이 안방 전승을 기록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2%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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