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애덤 실버 미국프로농구(NBA) 커미셔너(왼쪽)가 방송 앵커 로빈 로버츠 씨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타임 홈페이지 


이것 참 재미있습니다.


애덤 실버 미국프로농구(NBA) 커미셔너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정부 및 기업 관계자로부터 그를 해임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실버 총재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타임 100 헬스 서밋'에 참석해 이렇게 전하면서 "그래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징계받을 일도 없다'고 답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는 부인했습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실버 커미셔너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관련 보도를 보고 유관 부문에 사실을 확인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중국 정부는 지금껏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그'는 대릴 모리 휴스턴 단장입니다. 모리 단장은 4일 팀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휴스턴은 현재 중국농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야오밍(姚明·39)이 2002~2011년 몸담으면서 중국 내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NBA 팀. 중국식 사고방식으로 비유를 들자면 - 그러니까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아닙니다 - 많은 한국 야구팬이 '우리 팀'이라고 생각하는 메이저리그 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단장이 한일 갈등 상황에서 일본 편을 든 셈입니다. 


논란이 일자 모리 단장은 이 글을 지웠지만 이미 중국 민심은 끓어 오를 대로 오른 다음이었습니다.


중국의 인기 스포츠 채널인 관영 중국중앙(CC)TV 채널5가 8일 NBA 시범경기 중계를 중단하자 인터넷 스포츠 중계 플랫폼인 '텐센트' 스포츠도 중단 움직임에 동참했다. 중국의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안타(安踏), 유명 휴대전화 브랜드 비보(維沃), 커피 브랜드 루이싱(瑞幸),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 등도 NBA와 광고 등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淘寶), 2위 징둥(京東) 등은 휴스턴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 동아일보 '中 방송-기업들, NBA 중계 끊고 광고중단 보복'


결국 NBA를 후원하던 중국 기업 13곳 중 11곳이 후원 중단 및 연기를 선언했습니다. 실버 총재는 타임 100 헬스 서밋에서 "경제적 손실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나도 예상하기 힘들다. NBA 전체가 매우 극단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문화 교류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그동안 중국과 우리 사이는 상당히 가까워졌다. 이런 관계가 손상된 것을 유감"이라면서도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NBA의 가치, 미국의 가치는 표현의 자유에서 나온다는 점을 밝힌다"며 "모든 사람이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시즌 온라인에서 NBA를 한 경기라도 시청한 중국인은 5억 명 수준이며 NBA 중국 시장 가치는 약 40억 달러(4조7000억 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 유니폼을 불태운 뒤 짓밟고 있는 홍콩 시위대. 홍콩=AP 뉴시스


거꾸로 홍콩에서는 르브론 제임스(35·LA 레이커스)가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 제임스는 15일 시범경기를 앞두고 "모리 단장은 시위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not educated)에서 그런 글을 올린 것"이라며 "홍콩 시위에 대해 NBA 선수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인터뷰했습니다.


그러자 '평소 (흑인) 인권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관점을 내놓았던 모습과 정반대'라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원래 별명인 'King' 대신 중국 발음 기호를 따 'Qing'으로 그를 부르는 이들도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빗대 그를 '릅진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늘 '정치의 것은 정치에게, 스포츠의 것은 스포츠에게'를 외치는 사람이지만 역시 이것처럼 쉽지 않은 문제도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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