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에 있는 팀 캠프에서 연습 중인 안토니오 브라운. 앨러미다=AP 뉴시스


'안토니오 브라운 드라마'는 결국 결별로 끝이 났습니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오클랜드는 와이드 리시버 안토니오 브라운(31)을 방출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브라운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됐습니다. 브라운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후 14시 1분 이후 자신을 원하는 모든 구단과 계약할 수 있지만 최소한 3주차가 되어야 경기 출전이 가능합니다.


브라운은 2010년 NFL 신인 드래프트 때 피츠버그에서 6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피츠버그에서 9년 동안 뛰면서 7번 프로볼(올스타전)에 출전하면서 스타급 선수로 발돋움했고 올해 3월 13일 트레이트를 통해 오클랜드로 건너 왔습니다.


오클랜드는 지난해 12월 30일 마지막 경기를 치렀고 올 시즌에는 9일 개막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브라운은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고는 아직 한 경기도 소화하지 않았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올해 신인 지명권 두 장을 내주고 데려온 브라운을 한 번 써보지도 않고 방출하기로 한 건 선수가 원했기 때문입니다. 브라운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단에 "나를 방출해 달라(Release me @Raiders #NOmore)"고 요청했습니다.



브라운이 방출을 요청한 결정적 이유는 오클랜드에서 비(非)보장 형태로 계약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브라운은 오클랜드로 옮기면서 계약을 3년 연장했고 원래 오클랜드는 이번 시즌 브라운에게 3012만5000 달러(약 360억 원)를 지급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구단은 '팀 분위기를 해쳤다'면서 이 중 2912만5000 달러(약 348억 원)를 비보장 형태로 바꿨습니다. 오클랜드에서 팀 분위기를 해쳤다고 지적한 건 브라운이 마이크 메이악 단장과 논쟁을 벌이던 중 주먹으로 때리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안토니오 브라운(왼쪽)과 마이크 메이악 단장. 앨러미다=AP 뉴시스


발단은 오클랜드에서 8월 22일 연습에 참가하지 않은 그에게 1만3950 달러(약 1666만 원)를 벌금으로 부과한 일이었습니다. 브라운은 4일 벌금 통지서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아래 통지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구단은 벌금 1만3950 달러를 매기기 전에 이미 4만 달러(약 4778만 원)를 연습 불참에 대한 벌금으로 부과한 상태였습니다.



메이악 단장은 브라운을 불러 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을 문제 삼으면서 말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브라운은 실제로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공을 발로 걷어찬 뒤 '또 벌금을 매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구단은 그에게 21만5073 달러 53 센트(약 2억5690만 원)를 벌금으로 부과하면서 계약 내용도 조정했습니다.



그러면 브라운이 이렇게 연습을 계속 빠진 이유는 뭐였을까요? 처음에는 발이 문제였습니다. 지난달 7일 NFL.com 설명에 따르면 브라운은 질소 아이싱 머신에 맨발로 들어갔다가 발 피부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말았습니다.


그다음에는 헬멧이 문제였습니다. NFL 사무국은 헬멧 안전 규정을 강화하면서 만든 지 10년 이상 된 헬멧을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브라운은 NFL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슈트(Schutt)에서 만든 에어 어드밴티지(AiR Advantage)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올해부터 새 헬멧을 써야 했습니다. 헬멧을 바꿀 생각이 없던 브라운은 '계속 에어 어드밴티지를 쓰게 해달라'고 청원했지만 NFL 사무국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브라운은 이에 굴하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 2010년 이후 생산한 에어 어드밴티지 찾기에 나섰습니다. 참고로 슈트는 2014년부터 이 모델 생산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SNS를 사랑하는 사내라면 유튜브 활동도 빼놓을 수 없겠죠? 브라운은 6일 자기 유튜브 채널존 그루덴 오클랜드 감독과 주고 받은 전화 통화 음성을 올렸습니다.



브라운이 건 전화를 받은 그루덴 감독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브라운은 "그냥 악당(villain)이 여기저기 뉴스에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루덴 감독은 브라운이 자기가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오해 받기 쉬운 타입(the most misunderstood)"이라고 말한 뒤 "팀에 남고 싶은 거냐?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브라운은 "나는 트레이드 첫 날부터 오클랜드 선수가 되기로 작정했다"면서 "'팀이 나를 원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진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그루덴 감독은 브라운이 정말 대단한 선수라며 "경기장 바깥 일은 그만 접고 운동에 집중하라"고 조언했지만 브라운은 "나는 그냥 미식축구 선수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면서 "이건 내 인생이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이 언제 이 통화를 주고 받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브라운은 더 이상 팀에 머물지 않기를 원했고 결국 그렇게 됐다는 겁니다. 이렇게 '안토니오 브라운 드라마'는 결국 결별로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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