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프로농구(NBA)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샤킬 오닐(왼쪽)과 코비 브라이언트. 동아일보DB


코비 브라이언트(41)와 샤킬 오닐(47)이 미국프로농구(NBA) 팬을 제대로 낚았습니다. 아니, 적어도 미디어 종사자는 여럿 낚았습니다.


두 선수는 1999~2000 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으로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에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안긴 '명콤비'였지만 동시에 코트 안팎에서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는 '앙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브라이언트가 은퇴를 앞둔 2015년 8월 오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더 빅 팟캐스트 위드 샤크(The Big Podcast With Shaq)'에 출연한 걸 계기로 화해 무드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가장 아쉬워한 건 역시 언론. 미디어는 평화보다 전쟁을 사랑하니까요. 게다가 화해했다가 다시 싸우면 더 좋은 기삿거리가 됩니다.


떡밥을 던진 건 브라이언트였습니다. 브라이언트는 이달 초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금융 서비스 업체 PHP(People Helping People) 에이전시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무대에 올라 인터뷰를 하던 중 ‘만약 오닐이 당신처럼 빼어나게 성실한 타입이었다면 어떤 선수가 됐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브라이언트는 “의심할 나위 없이 역대 최고 선수가 됐을 것”이라면서 “만약 오닐이 나처럼 체육관에 나와 연습했다면 우리는 우승 반지를 12개는 끼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오닐은 이 내용을 소개한 인스타그램 포스트에 “네가 패스를 조금 더 많이 했다면 우리는 우승 반지 12개를 차지할 수 있었을 거다. 특히 디트로이트와 맞붙었던 (2003~2004 시즌) 챔피언결정전 때 말이다”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U woulda had twelve if u passed the ball more especially in the finals against the pistions #facts


오닐은 ‘#facts’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자기 말이 맞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2003~2004 시즌 챔프전에서 레이커스는 디트로이트에 1승 4패로 패했고,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닐은 마이애미로 떠났습니다.


디스전이 벌어지자 미디어가 신이 난 게 당연한 일.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브라이언트는 트위터를 통해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는 “많은 미디어 종사자들이 나와 오닐이 싸우길 바라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 사이에는 사랑뿐이다. 우리는 싸우기에는 이제 너무 늙었다”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이에 오닐은 “동생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마음 쓸 필요없다. 나는 네 이야기를 듣고 드와이트 (하워드)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고 멘션을 보냈습니다.



오닐이 하워드를 거론한 건 자신뿐 아니라, 브라이언트 역시 하워드와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 오닐은 드와이트라는 이름을 원래 철자법인 'Dwight'가 아니라 'Dwite'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역시 화해를 할 때는 공공의 적을 찾는 건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워드에게 의문의 1패를 안긴 채 두 '늙은이'는 소소한 디스전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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