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일본 수영 국가대표 이토 하나에 씨(34·왼쪽)가 지난해 9월 26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역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 전단을 나줘주고 있는 모습.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뒤늦게 재미있는 소식을 하나 접했습니다. 스포츠서울은 1일 <"봉사자 아닌 노예?"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에 '무보수 근무' 요구>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2020 도쿄올림픽 측의 대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인도네시아에 거주 중인 한 일본인 사업가 타쿠마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20 도쿄올림픽 주최측의 무리한 요구와 관련한 고발글을 게재했다.
그는 "알고 지내는 인도네시아 지인이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에 지원해 선정됐다. 그러나 주최측은 대회 개최 3주 전에 현지에 도착하라고 지시했으며, '체재비를 비롯한 수당이 전혀 없다 했다"고 적었다. 또 "숙소를 미리 잡으라고 했으며, 이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전부 자비 부담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쿠마 씨는 "내 지인은 아시안게임에도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 때는 파견사원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었다. 그리고 그것은 봉사자들을 위한 일반적인 대우다"라며 도쿄올림픽의 태도를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정상을 위해서 아래가 무리하게 헌신하는 일본의 스타일이 이번엔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주최측을 비판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트위터 원문은 이렇습니다. (물론 지인의 아들도 지인이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인의 아들이 도쿄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뽑힌 모양입니다.
その子はAsianGamesっていう東南アジア版のオリンピックで、宣伝チームのリーダーをやってた子。その時は派遣社員に近い扱いで、ボランティアは全員有償協力だったし、それが世間一般的に普通とのこと。日本の「上のために下に無理させるスタイル」が、今度は世界中の人に向けて行われます。
— Takuma D Indonesia (@IndonesiaTakuma) 2019년 7월 19일
스포츠서울에서 이 트위터 내용을 잘못 번역한 건 아닙니다. 잘못 알고 있는 건 타쿠마 씨 그리고 이 대화에 동참한 트위터 사용자들입니다.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원래 비행기삯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체재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거니까요.
네, 정말입니다. 올림픽 자원봉사는 원래 자비 부담 무급 봉사입니다. 사실 '자원봉사'라는 낱말부터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도움. 또는 그런 활동'(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뜻입니다. AP통신은 지난해 9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unpaid volunteers'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Olympics volunteers are unpaid and typically must provide their own lodging, but they are given uniforms and free meals on the days they work.
사실 이 대화에도 "이 세계적인 행사(kini註 - 올림픽)는 대대로 무료 봉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도 다수가 중간에 포기했다고 한다. 숙박 시설 등은 준비해해서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この世界的行事は代々無料ボランティアによって運営が成り立ってるらしいです。
— ズッコケ7 (@JunyaZukkoke7) 2019년 7월 27일
リオ五輪でも多数のボランティアが途中でリタイアしたそうですよ。
宿泊施設などはせめて用意してあげてほしいですねー。
지난해 평창 올림픽 때도 당연히 자원봉사자는 급여나 수당을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직위 차원에서 숙식을 제공했습니다. 자원봉사자가 개별적으로 숙소를 잡고 식사를 해결하기 힘든 현지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습니다.
각 올림픽 조직위가 자원봉사자에게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제일 큰 이유는 '그래도 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2020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조직위에 따르면 내년 여름에 열리는 이 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지원한 사람은 총 20만4680명입니다. 실제로 필요한 인원은 8만 명 정도니까 경쟁률이 2.6 대 1 정도 되는 셈입니다.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어 통역을 맡았던 인도네시아 출신 알리라 드위파아냐 씨
그런데 이렇게 경쟁률이 높아도 실제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리우 올림픽 때는 한국어 통역을 맡아줄 자원봉사자가 부족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첫 시도에서 자원봉사자가 되는 데 실패했던 알리라 드위파아냐 씨(22·인도네시아)는 한국어 통역 요원으로 다시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그냥 합격만 한 게 아닙니다. 드위파야나 씨는 조직위에서 숙식을 제공받습니다.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자기 돈을 내고 비행기를 타고 개최국을 찾아와야 하고 숙식도 자기 돈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어 통역이 가능한 자원봉사자를 찾기가 어렵다 보니 조직위에서 대우를 해준 겁니다. ─ [네 남자의 리우 엿보기]'귀하신 몸' 한국어 통역 봉사자
그러니까 올림픽 같은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 때 자원봉사자는 비행기표도 자기가 끊어서 도착해야 하고, 무급에 숙식도 알아서 해결하는 게 기본이지만 예외가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타쿠마 씨가 쓴 것처럼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아시안게임) 때는 자원봉사자에게 하루 30만 루피아(약 2만25000 원)를 일당으로 지급했습니다. (참고로 자카르타, 팔렘방은 인도네시아에 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아루디나 씨(오른쪽). 아사히신문 제공
이 대회 자원봉사자 아루디나 씨(27)는 아사히신문 기자에게 "30만 루피아는 자카르타 일반 직장인 하루 일당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타쿠마 씨가 "당시에는 지인 아들이 파견 사원과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 건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다만 당시 자원봉사자도 (원래 집에서 다니니까) 숙소를 따로 제공 받지 않았고 일당에 식사비도 들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가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떤 불이익도 따르지 않습니다.
요컨대 올림픽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면 돈부터 모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