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으로 변신한 런던스타디움. 스포츠 인더스트리 그룹 홈페이지
이제 '플레이 볼'을 외칠 일만 남았습니다.
지난해 소개해드린 것처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구단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가 29, 30일(이하 현지시간) 이틀 동안 영국 런던스타디움(사진)에서 맞대결을 벌입니다. 메이저리그 정식 경기가 영국은 물론 유럽에서 열리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런던스타디움은 2012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이자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이 안방으로 쓰는 경기장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야구장이 아니었던 거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3일에 걸쳐 이 경기장을 야구장으로 변신시켰습니다.
Feels like home. We’re #LondonSeries ready.@mlblondonseries pic.twitter.com/h9Rj1MOjbJ
— MLB (@MLB) 2019년 6월 27일
제일 큰 특징은 인조잔디. 두 팀은 지금까지 2262번 맞붙었는데 한 번도 인조잔디 위에서 경기를 치른 적은 없습니다.
런던스타디움은 원래 천연잔디 구장입니다. 이 천연잔디와 육상 트랙 위에 먼저 보호용 자갈을 깔고 그 뒤에 약 1만3184㎡ 넓이로 프랑스에서 만든 인조잔디를 깔았습니다. 천연잔디 야구장을 만들게 되면 두 경기가 끝난 뒤 중장비로 전부 밀어버려야 하기 때문에 걷어내면 그만인 인조잔디를 선택한 것.
이 구장에 수입품은 인조잔디 하나뿐이 아닙니다. 내야에 깐 흙 345t은 미국 펜실베니아주 슬리퍼리록에서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왔습니다. 공사 인부 100명 가운데도 미국은 물론 네덜란드, 멕시코, 캐나다 등 야구가 인기 있는 나라에서 건너 온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가져온 흙을 경기장에 뿌리고 있는 인부들. 영국 BBC 방송 홈페이지
또 한 가지 특징은 홈플레이트 위치입니다.
메이저리그에는 이미 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구장을 안방으로 삼았던 팀이 있습니다. 2004년까지 몬트리올(현 워싱턴)이 안방으로 썼던 구장 이름은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이었고, 애틀랜타가 2006년까지 썼던 터너 필드 역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주경기장이었습니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육상 경기를 소화하기 때문에 타원형으로 만듭니다. 이런 타원형 경기장을 야구장으로 바꿀 때는 한쪽 모서리를 골라 홈플레이트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야 파울 지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터너 필드는 설계 때부터 나중에 야구장으로 개축할 때를 대비해 한쪽 구석에 홈플레이트를 설치할 자리를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주경기장 때 모습과 야구장 터너 필드로 개축한 다음. 위키피디아 공용
반면 런던스타디움은 곡선 한 가운데 홈플레이트를 설치했습니다. 그래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경기도 함께 치르는 오클랜드 안방구장 링센트럴 콜리시엄처럼 파울 지역이 아주 광활합니다. 이 역시 두 경기가 끝난 뒤 다시 축구장으로 바꿔야 하기에 선택한 결과입니다.
홈플레이트에서 가운데 담장까지는 385피트(117.4m)이고, 양 쪽 파울 폴까지는 330피트(약 100m)입니다. 캐나다에서 가져온 담장은 4~16피트(약 122~485㎝) 높이로 설치했습니다.
이 두 경기는 공식적으로 보스턴 안방 경기이기 때문에 펜웨이파크와 마찬가지로 보스턴이 1루, 양키스가 3루쪽 더그아웃을 씁니다. 선수 출입구 쪽에는 임시 클럽하우스도 각각 만들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미국에서 경기장 시설만 가져온 건 아닙니다. 경기장 곳곳에서 클램차우더, 버팔로윙처럼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파는 먹거리도 판매할 예정입니다.
경기는 29일 오후 6시 10분(한국시간 30일 오전 2시 10분)과 30일 오후 3시 10분(1일 오후 11시 10분)에 열립니다. 경기 입장권 6만 장은 예매 시작 15분 만에 모두 팔린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