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뉴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팀 보스턴이 진짜 잉글랜드를 찾습니다. 맞대결 상대는 (설마 다른 팀이겠어요?) 뉴욕 양키스입니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 사디크 칸 시장 등 영국 런던시 관계자는 8일(이하 현지시간) 내년 6월 29, 30일 런던스타디움에서 두 팀이 맞대결을 치른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정식 경기가 유럽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렇다고 이 소식이 아주 '깜짝 뉴스'는 아닙니다. 영국 BBC 방송에서 3월 20일 장소와 맞대결 팀을 특정해 보도했기 때문. 이틀 뒤 AP통신은 날짜까지 더했습니다.
Major League Baseball is working to finalize a two-game series between the New York Yankees and Boston Red Sox at London’s Olympic Stadium on June 29-30 in 2019, the sport’s first regular-season games in Europe.
런던은 메이저리그가 오랫동안 탐을 낸 도시. 2016년에도 이듬해 경기 개최를 목표로 물밑에서 움직이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에서 2007년부터 '런던 게임'을 열고 있는 게 영향을 줬을 겁니다.
메이저리그 경기가 영국을 특별 방문한다고 할 때 제일 좋은 '특사' 후보는 역시 보스턴. 존 헨리 구단주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구단주이기도 하니까요. 리버풀은 2012년과 2014년 보스턴 안방 구장 펜웨이파크로 AS 로마를 불러들여 친선 경기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보스턴이 간다면 역시 양키스가 따라가는 게 제일 모양새가 그럴 듯했을 테고 말입니다.
이 두 경기는 모두 공식적으로 보스턴 안방 경기입니다. 보스턴이 펜웨이파크가 아닌 곳에서 안방 경기를 치르는 건 1912년 펜웨이파크를 안방으로 삼은 뒤 처음 있는 일입니다. 보스턴은 2008년에도 일본 도쿄돔에서 오클랜드를 상대로 개막 시리즈를 치렀지만 당시는 방문 팀 자격이었습니다.
런던 스타디움을 경기 장소로 고른 건 '육상 트랙'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 EPL 웨스트햄이 안방으로 쓰고 있는 이 경기장은 원래 2012년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피치(축구 경기장) 바깥에 여유 공간이 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그러면 야구장 모양으로 바꾸기가 상대적으로 더 수월합니다.
NFL 경기를 여는 웸블리 스타디움도 1948 런던 올림픽 때 주경기장으로 육상 경기를 치렀지만 2007년 축구 전용 구장으로 구조를 바꿔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또 독일 축구 대표팀이 찾아 와 '방 좀 쓸게'하면 당장 내줘야 하는 구장이라는 것도 메이저리그 경기 개최에 걸림돌이 됐을 겁니다. (물론 이건 농담입니다. 참고로 1975년 이후 독일 축구 대표팀은 이 경기장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영국에서는 (도루라는 비신사적인 플레이 때문에)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처럼 통하지만, 그게 영 틀린 소리 같지도 않지만, 18세기 후반에는 영국에서도 야구가 인기 스포츠였습니다.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이 1790년대 쓴 '노생거 사원'을 보면 주인공이 야구를 즐겨하는 모습이 등장한다는 게 그 증거. 근대 체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출신 교육자 구츠 무츠(1759~1839)는 1796년 '청소년의 체육(Gymnastik für die Jugend)'을 개정하면서 '영국 야구(Englische Base-ball)'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NFL 런던 게임이 23번 열리는 동안 웸블리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평균 8만1567명. 좌석(총 9만 석) 점유율로 따져도 90.6%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과연 메이저리그도 런던에서 이런 대박을 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