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남자 단식 우승 확률이 제일 높은 선수는 역시 '클레이 코트 황제' 라파엘 나달(33·스페인·세계랭킹 2위)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클레이 코트 여제'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저는 올해는 키키 베르턴스(28·네덜란드·사진)에게 걸겠습니다.
베르턴스는 현재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 랭킹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4위는 베르턴스 개인 최고 기록이자 네덜란드 테니스 역사상 여자 선수를 통틀어 제일 높은 기록입니다. 베르턴스가 4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던 건 11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오픈 결승전에서 승리하면서 랭킹 포인트 1000점을 따냈기 때문.
베르턴스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랭킹 포인트 650점)를 차지했기 때문에 초반에 탈락했다면 랭킹이 떨어질 위기였다. 대회를 앞두고 랭킹이 떨어질까 걱정이 됐다"면서 "대회 기간 내내 침착하게 플레이한 덕에 오히려 랭킹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마드리드 오픈은 베르턴스가 최근 13개월 동안 우승컵을 차지한 다섯 번째 대회입니다.
테니스 세계랭킹은 최근 52주(1년) 성적을 토대로 계산합니다. 베르턴스는 이 대회 시작 전 랭킹 포인트 4765점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베르턴스가 1회전에서 탈락해 랭킹 포인트 10점을 따는 데 그친다면 640점(+올해 10점-지난해 650점)이 깎여 랭킹 포인트가 4125점이 되는 상황. 베르턴스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350점(+올해 1000점-650점)을 더해 5115점으로 4위가 됐습니다.
침착해도 보통 침착했던 게 아닙니다. 베르턴스는 이 대회 우승 과정에서 디펜딩 챔피언 그러니까 지난해 결승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페트라 크비토바(29·체코·6위)를 포함해 메이저 챔피언 4명을 꺾었습니다.
경기 | 상대 | 메이저 우승 경력 | 결과 |
2회전 | 옐레나 오스타펜코 | 2017 프랑스 오픈 | 2-0(6-4, 6-3) |
8강 | 페트라 크비토바 | 2011, 2014 윔블던 | 2-0(6-2, 6-3) |
4강 | 슬로안 스티븐스 | 2017 US 오픈 | 2-0(6-2, 7-5) |
결승 | 시모나 할레프 | 2018 프랑스 오픈 | 2-0(6-4, 6-4) |
보시는 것처럼 그것도 모두 2-0 완승. 이 대회에서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우승을 차지한 건 베르턴스가 처음입니다.
베르턴스는 이어 열린 이탈리아 오픈 때는 8강에서 랭킹 1위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2·일본)를 물리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오사카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맞대결을 벌이지 못했습니다. 베르턴스는 결국 이 대회 4강에서 조안나 콘타(28·영국·26위)에 1-2로 역전패하면서 짐을 꾸렸습니다.
이탈리아 오픈 바로 다음 대회가 26일 본선 막이 오르는 프랑스 오픈입니다.
2009년 프로로 전향한 베르턴스는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은 물론 결승전에 진출한 적도 없습니다. 메이저 대회 최고 기록은 2016년 프랑스 오픈(사진) 당시 4강에 올랐던 것. 당시 베르턴스는 랭킹 58위였지만 이번 대회 때는 랭킹 1위를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신분이 달라졌습니다. 베르턴스는 2017년 랭킹이 31위까지 떨어지자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베르턴스가 이번 대회 정상을 차지하게 되면 무조건 랭킹 1위가 됩니다. 결승전 상대가 크비토바라면 올해 호주 오픈 때 그랬던 것처럼 이기는 선수가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오사카가 32강 이전에 탈락한다면 베르턴스는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최고 자리에 설 수 있습니다.
과연 2주 뒤 랭킹 발표 때 베르턴스는 몇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