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메이저리그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고도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선택한 유망주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지난해 드래프트 때 애틀랜타가 전체 8위로 이름을 부른 카터 스튜어트(20·사진).


22일 니칸(日刊)스포츠 등에 따르면 스튜어트는 6년간 최소 700만 달러(약 83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소프트뱅크와 입단 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계약 기간이 끝나면 스튜어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도 노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구단에서만 허락하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태평양을 건너는 것도 가능합니다. 


현재 스튜어트는 애틀랜타가 아니라 이스턴 플로리다 스테이트 칼리지 소속입니다. 애틀랜타에서 팔목 상태를 문제 삼으면서 계약금을 깎으려 하자 2년제 대학에 진학하면서 드래프트 재수를 선택한 것. 


현재 메이저리그는 지명 순번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대 계약금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스튜어트는 지난해 498만 달러(약 59억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고 실제로 450만 달러(약 53억6000만 원)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애틀랜타에서는 200만 달러(약 23억8000만 원)를 넘게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올해 평가가 지난해만큼 좋지 못하다는 것.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올해 드래프트 후보자 순위를 매기면서 스튜어트를 59위에 놓았습니다. 이 순위대로면 스튜어트는 2라운드에서 지명을 받게 되는데 그러면 계약금으로 200만 달러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 쪽으로 방향을 튼 겁니다.


니칸스포츠는 "스튜어트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몇 년은 마이너리그에서 지내야 한다"면서 "소프트뱅크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만약 스튜어트가 200만 달러를 받고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최소 2년 정도는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어야 합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다음에도 3년 동안 최저 연봉 55만5000 달러(약 6억 6000만 원·2019년 현재)를 받고 나서야 연봉 조정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연봉 400만 달러(약 47억7000만 원) 정도를 받게 됩니다. 어차피 이런 코스를 밟아야 하기에 일본에서 뛰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스튜어트의 에이전시 업무를 맡고 있는 스캇 보라스(사진)는 "스튜어트 부모님과 함께 일본에 다녀왔다. 그분들께 '기쿠치 유세이(菊池雄星·28·시애틀)를 보자'고 했다. 키쿠치도 스물 일곱 살까지 일본에서 실력을 키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스튜어트라고 다를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키쿠치는 세이부에서 7년 동안 뛰면서 73승 46패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한 뒤 4년간 5600만 달러를 보장받는 조건에 시애틀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기쿠치뿐 아니라 △다나카 마사히로(田中將大·31) △다루빗슈 유(ダルビッシュ有·33) △마쓰자카 다이스케(松坂大輔·39) 등도 25~27세 사이에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일본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왔습니다. 이제 이 코스를 노리고 일본에서 프로 데뷔하는 일본 선수가 나오기 직전인 상황입니다.


보라스는 "현재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젊고 재능있는 선수가 지나치게 저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유망주에게 실력에 걸맞은 계약금을 안겨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지 않는다면 일본이나 한국에서 프로 데뷔하는 선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없습니다. 1군에만 4명을 유지하면 그만입니다. 또 1군에서 한 시즌만 뛰어도 포스팅 자격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총알' 역시 메이저리그에 앞서는 상태. 한국은 몰라도 일본으로 진출하는 유망주는 정말 늘어날지 모릅니다.


보라스가 찾아낸 이 '개구멍'을 메이저리그 구단 쪽에서는 어떻게 막아낼까요?


사실 보라스가 드래프트 1라운더 고객에게 우회로를 찾아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애리조나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1위로 미주리대 출신 우완 투수를 지명했습니다. 입단 계약은 난항을 겪었는데 애리조나에서는 이 투수가 건초염을 앓은 적이 있다는 걸 문제 삼았고, 보라스는 이미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맞섰습니다.


협상이 길어지자 보라스는 이 투수를 독립리그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 소속 포트워스에 입단시켰습니다. 자꾸 계약을 미루면 독립리그에서 1년을 뛰고 이듬해 드래프트에 나서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 이 유망주는 포트워스에서 3경기에 나서 16이닝을 던지면서 삼진 25개를 잡는 것으로 건강을 증명했습니다.


결국 애리조나는 이 우완 투수에게 계약금 430만 달러를 안기면서 백기를 들었습니다. 이 투수 이름은 바로 맥스 셔저(3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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