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더블 머신' 러셀 웨스트브룩(31·오클라호마시티·사진)이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에 자기 이름을 또 한 줄 추가했습니다. 윌트 체임벌린(1936~1999) 이후 51년 만에 처음으로 '더블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선수가 된 것.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트리플 더블은 농구에서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로킹 가운데 세 항목에서 두 자릿수 기록(10개 이상)을 기록하는 걸 뜻합니다. 기준을 20개 이상으로 옮기면 더블 트리플 더블이 됩니다.
2016~2017 시즌 NBA 최우수선수(MVP) 출신 웨스트브룩은 팀이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에 119-103 승리를 거둔 2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경기에서 36분48초를 뛰며 20득점, 20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종료 41초 전까지 리바운드 하나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레이커스 신인 아이삭 봉가(20)가 놓친 슛을 잡아내면서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췄습니다.
🗣 "That's for Nipsey!" 💙
— NBA on TNT (@NBAonTNT) April 3, 2019
Russ finishes with 20 PTS, 21 AST & 20 REB in @okcthunder's win over LA. pic.twitter.com/Klp6IFuYF4
2초 뒤 팀에서 마지막 작전시간을 부르자 웨스트브룩은 TV 중계 카메라를 향해 사흘 전 총을 맞아 숨진 '랩퍼' 친구 닙시 허슬(1985~2019·사진)의 이름을 외쳤습니다.
과거 갱단 소속이었다고 밝힌 허슬은 사회운동가로 변신해 자신이 태어난 남부 LA 지역 재생에 힘을 쏟고 있던 인물. LA 위성도시 롱비치 출신인 웨스트브룩 역시 '와이낫( whynot)' 재단을 설립해 사회 봉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고향도 비슷하고, 꿈도 비슷한 두 사람은 평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허슬은 2016년 '와이낫' 재단 추수감사절 만찬에 참가해 손님에게 직접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고(사진), 이듬해 허슬이 '마라톤'이라는 옷 가게를 열었을 때도 웨스트브룩이 개업식 현장을 지켰습니다.
웨스트브룩은 경기 후 TNT 인터뷰에서 "20-20-20이 무슨 의미인지 팬 여러분 모두 잘 알 것이다. 이 영광을 내 형제(bro)에게 바친다. 닙시가 하늘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인스타그램에 허슬이 부른 'Dedication' 가사('Dedication, Hardwork plus patience')로 설명을 달아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웨스트브룩에 이전에 이런 기록을 남긴 건 앞서 보신 것처럼 체임벌린 한 명뿐이었습니다. 체임벌린은 1968년 2월 2일 경기에서 22득점-25리바운드-21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단, 1973~1974 시즌 이전에는 스틸과 블로킹을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100% 정확한 기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NBA에서 트리플 더블을 공식 기록으로 채택한 건 1979~1980 시즌부터입니다.
두 선수를 제외하면 19-19-19는 물론 18-18-18을 기록한 선수도 아직 없습니다. 세 시즌 연속 시즌 평균 트리플 더블을 기록 중인 웨스트브룩도 이 경기 전까지는 2017년 2월 24일 안방 경기에서 역시 레이커스를 상대로 17득점, 18리바운드, 17어시스트를 기록한 게 더블 트리플 더블과 가장 가까운 기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