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배구 여자부 인기가 폭발적입니다. 기어이 평균 관중 숫자에서 남자부를 추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26일 내놓은 '프로배구 2018~2019 도드람 V리그 상반기 결산 자료'를 보면 3라운드까지 여자부 평균 관중은 2286명으로 남자부(2192명)보다 94명이 많습니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남자부는 평균 2358명에서 7%가 줄어든 동안 여자부는 1856명에서 23.2%가 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여자부는 인기가 늘었고, 남자부는 인기가 줄었다고 말하는 건 틀리지 않은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렇다면 여자부 인기가 남자부를 추월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천실내체육관에서는 어떤 일이?

이건 좀 애매합니다. 올 시즌 현재까지 관중이 가장 많이 찾은 경기 톱10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2018~2019 V리그 전반기 관중 입장 톱10 경기 (단위: 명)

 순위  날짜  구분  안방팀  방문팀  장소  관중
 ①  2018-10-22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  김천  5617
 ②  2018-12-23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김천  4061
 ③  2018-11-04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흥국생명  김천  3896
 ④  2018-12-08  남자부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  천안  3862
 ⑤  2018-12-01  여자부  GS칼텍스  흥국생명  서울  3725
 ⑥  2018-12-09  남자부  우리카드  대한항공  서울  3653
 ⑦  2018-11-16  남자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천안  3638
 ⑧  2018-11-25  남자부  삼성화재  대한항공  대전  3458
 ⑨  2018-10-25  여자부  IBK기업은행  현대건설  화성  3247
 ⑩  2018-12-05  여자부  GS칼텍스  IBK기업은행  서울  3246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안방 경기가 1~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에도 평균 관중 3527명으로 남자부 1위 현대캐피탈(3383명)보다 안방 평균 관중이 더 많은 팀이었습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현재도 평균 관중 2911명으로 현대캐피탈(2874명)보다 관중을 더 많이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2018~2019 V리그 전반기 구단별 안방 경기 평균 관중 (단위: 명) 

 순위  남자부  여자부
 구단  관중  구단  관중
 ①  현대캐피탈  2874  한국도로공사  2911
 ②  우리카드  2436  GS칼텍스  2576
 ③  삼성화재  2282  KGC인삼공사  2506
 ④  OK저축은행  2015  흥국생명  2006
 ⑤  대한항공  2003  IBK기업은행  1989
 ⑥  KB손해보험  1949  현대건설  1425
 ⑦  한국전력  1759  


김천실내체육관을 찾는 팬이 이렇게 많은 제일 큰 이유는 역시 모기업이 경북 김천시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이 그림은 정보공개포털에 'V리그 응원'이라는 검색어를 넣어 찾은 화면입니다. 한국도로공사는 (그리고 남자부 팀이 있는 한국전력공사도) 공기업이기 때문에 결재 문서를 만들었을 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열심히 배구단 응원 계획을 세운 것까지 이렇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로공사 관중 가운데는 무료 관중이 적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겁니다. 반면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2016~2017 시즌 이미 유료 관중 비율 93.7%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중 숫자를 일대일로 비교해 여자부가 남자부보다 인기가 높다고 말하기는 좀 곤란하지 않나요?


만약 도로공사가 정말 인기 팀이라면 다른 구장을 찾았을 때도 관중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올 시즌 현재까지 방문 팀이 도로공사였을 때 평균 관중은 2006명이 전부였습니다. 나머지 여자부 5개 팀 가운데 KGC인삼공사(1718명)만 평균적으로 이보다 적은 관중 앞에서 방문 경기를 치렀습니다. 이번에도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방문 경기 평균 관중 2499명으로 1위입니다. 


요컨대 여자부 평균 관중 숫자는 경북 김천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열심히 올려준 결과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즐길 거리가 별로 없는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이 직원들뿐 아니라 (무료 입장권을 구한) 시민들도 열심히 배구장을 찾았을 테고 말입니다.



TV 시청률은 남자부가 확실히 우위

TV 시청률에서도 여자부 평균 시청률(0.80%)은 지난 시즌(0.78%)보다 2.6% 올랐습니다. 여자부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는 걸 TV 시청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


그렇다고 남자부 시청률을 넘어선 건 아닙니다. 이번 시즌 남자부 평균 시청률은 1.03%로 여자부보다 28.8% 높습니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0.88%) 대비 상승률(17%)도 남자부 쪽이 더 높습니다.


▌2018~2019 V리그 전반기 TV 시청률 (단위: %) 

 구분  주중  주말  전체
 남자부  1.09  0.93  1.03
 여자부  0.72  0.91  0.80


이러면 여자부는 수요일 오후 7시에 두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시청률이 분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수요일 여자부 경기 평균 시청률은 0.77%로 주중 경기 평균보다 높습니다.


TV 시청률은 보통 1분 단위로 집계합니다. 30초를 기준으로 더 오래 본 쪽 시청률이 올라가는 방식. 그래서 두 채널을 오가는 분들 영향으로 오히려 시청률이 소폭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시청률이 제일 잘 나온 상위 10개 경기를 봐도 여자부가 남자부 시청률을 뒤집기는 좀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개가 남자부 경기거든요. 참고로 상위 20위까지 알아봐도 17개가 남자부 경기입니다. (아래부터 나오는 시청률은 KOVO에서 공개한 게 아니라 제가 닐슨 코리아 자료를 정리한 겁니다. 따라서 KOVO 발표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2018~2019 V리그 전반기 TV 시청률 톱10 (단위: %) 

 순위  날짜  구분  안방팀  방문팀  시청률
 ①  2018-11-23  남자부  KB손해보험  현대캐피탈  1.552
 ②  2018-12-09  남자부  우리카드  대한항공  1.413
 ③  2018-12-21  남자부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1.344
 ④  2018-12-06  남자부  대한항공  삼성화재  1.320
 ⑤  2018-12-13  남자부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1.285
 ⑥  2018-12-15  여자부  흥국생명  현대건설  1.269
 ⑦  2018-12-16  남자부  대한항공  OK저축은행  1.266
 ⑧  2018-11-16  남자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1.263
 ⑨  2018-12-04  남자부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  1.258
 ⑩  2018-12-08  여자부  흥국생명  IBK기업은행  1.255


현대캐피탈은 이 표에 다섯 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 구단별 TV 시청률을 알아 보면 현대캐피탈이 0.970%로 1위입니다.


사실 기초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석 기법 가운데 하나인 '의사결정나무'로 프로배구 시청률에 끼치는 요소를 확인하면 딱 두 가지뿐입니다. 생방송이냐 아니냐, 현대캐피탈 경기냐 아니냐.



프로배구 여자부가 국내 최고 여자 프로 스포츠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여자부와 남자부를 비교하는 건 또 다른 문제. 여자부와 비교 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남자부에는 굴욕이겠지만 아직 역전을 논하기엔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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