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벌써 시즌이 1/4이나 흘렀다. 현재까지 프로야구는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물론 기록을 통해서 말이다.
- 5월 들어 상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투고타저는 계속 진행 중이다. 5월 1일부터 14일까지 리그 타격라인은 .259/.338/.367이었다. GPA로는 .244, 지난달에 비해 15포인트 가량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기록이다. 결국 '06 시즌 프로야구 1사분기 최종 타격 라인은 .247/.324/.354로 마무리 되게 됐다. GPA .234는 분명 최근 몇 년간의 경향에 비춰볼 때 생경스런 수치다.
- 공수 모두에서 현대의 기록이 빛난다. 현대 타자들은 경기당 평균 4.62점을 뽑아냈다. 실점은 3.21점밖에 되지 않았다. 피타고리안 방식으로 계산할 때 87승이 가능한 수치다. 개막전만 해도 최하위로 예상됐고 개막과 동시에 4연패를 당했던 팀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공수 전부문에서 2위와 격차가 더더욱 벌어지는 추세에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다. 작년의 시련을 발판으로 더더욱 성장한 젊은 김재박 호의 남은 시즌도 기대되기에 충분하다.
- 피타고리안 방식으로 볼 때, 기아(.583)와 한화(.585)의 기대 승률은 거의 유사하다. 아직 시즌의 1/4밖에 지나지 않아 속단하긴 이르지만, 피타고리안 승률은 실제 승률보다도 팀의 최종 성적을 더 잘 설명한다. 따라서 기아의 순위가 상승하거나 한화의 순위가 내려가거나 둘 중의 하나가 벌어질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한화의 실제 승률과 선수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한화가 한풀 꺾이는 지점이 있을 걸로 보인다. 물론 그래도 4강권일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한편 하위권에서는 비록 롯데가 쳐져 있기는 하지만, 득/실점 분포 자체는 나쁜 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1:0으로 이기거나 지는 모습이 최근의 성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서울 두 팀의 사정이 사실 더 좋지 못하다. 흥행상으로는 거의 도움이 될 게 없지만, 사실 이 두 팀의 꼴지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더 높다.
두산의 경우 팀 타선에 파워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한 장타력을 측정해주는 ISO를 보면 .064로 안쓰러운 수준이다. 그렇다고 이를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탓이라 보기도 힘들다. 마찬가지로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의 경우 .123의 ISO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기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루율(.298)마저 형편 없는 수준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많은 득점을 기록할 수가 없다.
- 현대가 이렇게 잘 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많은 수의 희생번트? 물론 현대는 27개로 제법 많은 희생번트를 댄 게 사실이다. 하지만 LG는 이보다 하나 더 많은 28개를 기록했다. 공격력에서의 핵심은 2사후의 집중력이다. 이 상황에서의 성적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2사후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현대 타자들은 .304/.461/.478을 몰아쳤다. GPA .327의 뛰어난 기록이다. 이는 리그 평균 .257보다 70포인트나 높은 기록이다. 2사에 몰려서도 주눅들지 않고 집중력 있는 스윙을 보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이 상황에서 무려 34득점이나 올릴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2사 후에도 알짜배기 공격을 펼쳐 2사후 전체 득점이 무려 52점에 달한다. 이는 SK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다. 가장 뜨겁게 내달린 두 팀의 강점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반면 LG는 수비력에 있어 엄청난 허점을 보이고 있다. 팀의 종합적인 수비력을 측정하는 DER과 투수진의 능력을 알아보는 FIP 모두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FIP는 4.55로 모든 팀을 압도할 정도로 나쁘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로 내정했던 아이바의 퇴출 소식마저 들려온다. 이래저래 악재다. 이래서는 반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