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아다 헤게르베르그(23·노르웨이·사진)가 발롱도르 페미닌(Ballon d'Or Féminin) 초대 수상자로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18 발롱도르(프랑스어로 '황금빛 공'이라는 뜻) 시상식에서 공개한 기자단 투표 결과 헤게르베르그는 총 136점을 받아 페르닐레 하르데르(26·덴마크)를 6점 차이로 제치고 올해 전 세계 최고 여자 축구 선수로 뽑혔습니다.  


헤게르베르그는 지난 시즌 29경기에서 46골(경기당 1.6골)을 뽑아내며 문자 그대로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때는 15골로 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쓰면서 소속팀 소속팀 올랭피크 리옹(프랑스)이 3년 연속 유럽 챔피언에 등극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리옹은 디지비오 1 페미닌에서 12년 연속 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리그 최고 명문팀. 헤게르베르그는 포츠담(독일)을 거쳐 2014~2015 시즌부터 이 팀에 합류했습니다. 이후 지난 시즌까지 129경기에 나서 161골(경기당 1.2골)을 넣으면서 팀 득점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헤게르베르그는 2016년 UEFA 주관 대회에서 총 18골을 넣었는데 이는 남자 득점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당시 레알 마드리드)보다 한 골 더 많은 기록이었습니다.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은 프랑스에서 열리고, 리옹도 월드컵 개최 도시지만 헤게르베르그가 노르웨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노르웨이 여자 축구 선수들이 충분히 대우 받지 못한다면서 대표팀 출전을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게르베르그는 현재까지 A매치 66경기에 나서 38골(경기당 0.6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헤게르베르그는 이날도 "전 세계 모든 어린 소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서 "너 자신을 믿으라"고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습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참 훈훈하고 좋았을 텐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문제였습니다. 이날 진행을 맡은 DJ 마르탱 솔베이그 씨(42)는 수상 소감을 마친 헤게르베레그에게 "트워크(twerk)를 출 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헤게르베르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아니오(No)"라고 말한 뒤 고개를 돌렸습니다.



저처럼 춤에 문외한인 분들께 소개하자면 트워크는 자세를 낮추고 엉덩이를 흔드는 춤입니다.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니 이 인터뷰 장면을 SNS에 지켜본 이들이 성희롱이라고 비판한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솔베이그 씨는 시상식이 끝난 뒤 자기 트위터에 "농담이었는데 잘못된 농담이었다"고 사과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었습니다. 솔베이그 씨는 25분 뒤 헤게르베르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는 '치트키'를 쓰면서 "그 역시 '농담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분 나쁘신 분이 계시다면 사과를 드리겠다"고 썼습니다.



트위터 본문을 자세히 읽으신 분은 프랭크 시나트라(Sinatra)가 등장했다는 건 확인하셨을 겁니다. 솔베이그 씨가 준비한 노래는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이었습니다. 솔베이그 씨는 이렇게 느린 노래에 트워크를 춰달라고 주문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사실 솔베이그 씨는 이날 다른 수상자에게도 춤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SNS에는 저 장면만 돌아다녔기 때문에 '세계 최고 여자 축구 선수가 이런 자리에서 저런 성희롱에 시달리는구나'하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실제로 헤게르베르그는 솔베이그 씨와 함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아래 사진).



헤게르베르그는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기쁘게 춤을 췄다"고 말했습니다. 헤게르베르그의 팀 메이트이자 이번 발롱도르 페미닌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 루시 브론즈(27·잉글랜드) 역시 같은 인터뷰에서 "(솔베이그 씨가) 그냥 장난을 친 거다. 게다가 헤게르베르그가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트워크를 출 줄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일을 두고 앤디 머리(31·영국)가 발끈한 것처럼 스포츠계에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건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축구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여자 월드컵 결승전 시청률이 남자 월드컵보다 더 높지만 여자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과 똑같은 대우를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였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이번 일을 두고 성차별이나 성희롱으로 몰고 가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요?



발롱도르는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 풋볼'에서 1956년 '올해의 유럽 (남자) 축구 선수'를 뽑기 시작한 게 시초였습니다. 그러다 2007년 국적과 소속팀에 관계없이 '올해의 축구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개념이 바뀌었고, 올해부터는 '21세 이하 남자 축구 선수상'에 해당하는 '코파(Kopa) 트로피'와 최고 여자 선수가 받는 발롱도르 페미닌을 추가했습니다.


올해 발롱도르 트로피는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3·크로아티아·사진 가운데)에게 돌아갔습니다.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 호날두(33·유벤투스)가 아닌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건 2007년 카카(36·브라질) 이후 모드리치가 처음입니다. 코파 트로피는 파리생제르맹에서 뛰는 킬리안 음바페(20·프랑스·사진 오른쪽)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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