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나 디니지(52·영국·사진)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살림을 책임지게 됐습니다. EPL은 13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디지니를 리그 사무국 최고 경영자(Chief Executive)로 임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디니지는 방송 경영자 출신으로 MTV 런칭과 함께 방송계에 입문해 영국 채널5 런칭을 주도하면서 편성 이사로 일했고, 2009년부터 디스커버리 채널에 일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애니멀 플래닛 사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디니지는 디스커버리 채널 자회사인 유로스포츠에서 일하는 동안 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EPL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고, 풀럼 팬으로 시즌권 보유자이기도 합니다.
브루스 벅 첼시 회장은 리그 CEO 공청위원 자격으로 "이렇게 중요한 일을 이렇게 능력있는 인물에게 맡기게 돼 아주 기쁘다"고 말했고, 디니지 신임 CEO는 "EPL처럼 역동적이고 영감을 주는 조직에서 일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답했습니다.
EPL에서 디니지를 CEO로 임명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러니하게도 영국내 TV 중계권료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BBC는 "디지털 미디어 등장으로 TV 시청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이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을 리그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잉글랜드에서는 디니지가 첫 번째지만 유럽 전체로 보면 처음은 아닙니다. 프랑스 프로축구연맹에서 2016년 나탈리 보이 드 라 투어(50)를 회장으로 임명했기 때문. 그렇다고 해도 디니지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스포츠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디니지를 흔히 19년 동안 EPL 수장을 지낸 리처드 스쿠다모어(59)의 후임으로 평가하지만 100% 적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스쿠다모어가 EPL에서 맡고 있는 직함은 'Executive Chairman'으로 한국 언론에서는 이를 흔히 (협)회장이라고 번역합니다. 디지니가 맡게 된 자리는 앞서 보신 것처럼 'Chief Executive'입니다. EPL은 스쿠다모어가 맡고 있던 자리를 둘로 나눠 절반은 디지니에게 맡기고, 나머지 절반은 'Nonexecutive Chairman'에게 맡긴다는 방침입니다.
스쿠다모어가 수장을 맡고 있는 동안 EPL은 문자 그대로 눈부신 성장을 계속했습니다. EPL이 매 시즌 전 세계적으로 30억 파운드(약 4조4289억 원)가 넘는 TV 중계권료를 벌어들이고 있는 건 스쿠다모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EPL 소속 20개 구단은 각자 25만 파운드씩 총 500만 파운드(약 74억 원)를 '퇴직금'으로 지금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