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결국 로스엔젤레스(LA) 다저스가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과 맞붙게 됐습니다. 다저스는 21일 밀러 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안방팀 밀워키에 5-1 승리를 거두고 4승 3패로 2년 연속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이에 앞서 보스턴은 아메리칸리그 챔프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을 4승 1패로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선착한 상태였습니다.


다저스는 지난해 안방 어드벤티지를 안고 월드시리즈를 치렀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보스턴이 정규리그 때 108승 54패(승률 .667)을 거둬 92승 71패(승률 .564)를 기록한 다저스에 앞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 월드시리즈는 보스턴 안방인 펜웨이 파크에서 먼저 1, 2차전을 치르게 됩니다.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건 102년 만에 처음입니다. 보스턴은 1916년 월드시리즈에서 브루클린 로빈스라는 이름을 쓰던 다저스를 4승 1패로 꺾고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2차전에서 베이브 루스(1895~1948)는 1회 하이 마이어스(1889~1965)에게 1점 홈런을 내줬지만 이후 13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월드시리즈는 물론 포스트시즌에 14이닝 완투승을 거둔 건 지금까지도 이때 루스 한 명뿐입니다.


1912년부터 보스턴은 펜웨이 파크를 안방으로 썼지만 이해 월드시리즈 때는 (그리고 1915년 월드시리즈 때도) 브레이브스 필드에서 안방 경기를 소화했습니다. 브레이브스 필드가 관중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2004년 6월 11일(이하 현지시간)이 되어서야 처음 펜웨이 파크 방문 경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펜웨이 파크 첫 방문 경기에서 1-2로 패한 다저스는 다음 날 경기 때는 14-5로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이후에도 다저스는 펜웨이 파크에서 4경기를 더 치렀지만 승리를 기록한 건 2004년 6월 12일 딱 한 번뿐입니다.


이 경기에서 현재 보스턴 감독인 알렉스 코라(43·사진)는 다저스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타점과 득점을 하나씩 기록했습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45) 전성기 때 메이저리그를 열심히 보신 분이라면 '찬호 도우미'라고 부르기도 했던 코라 감독을 기억하실 겁니다.


현재 다저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46)에게도 펜웨이 파크는 의미있는 곳입니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프전 4차전에서 3-4로 뒤진 9회말 그 유명한 '더 스틸(the steal)'을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 도루를 발판 삼아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면서 결국 86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분명 개인적으로는 펜웨이 파크와 레드삭스에 대해 좋은 기억이 아주 많다.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펜웨이 파크에서 월드시리즈를 치르게 된 건 내게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해(2004년) 트레이드 마감일 전까지는 로버츠 감독도 코라 감독과 마찬가지로 다저스 소속이었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이듬해 샌디에고로 떠났지만 이번에는 코라 감독이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2008년까지 뛰었습니다. 이렇게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양 팀이 감독이, 양 팀에서 모두 뛰어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 보스턴은 이보다 2년 앞선 2002년 6월 21~23일 창단 이후 처음으로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결과는 싹쓸이 3연패. 이후 패-승-승-승-패-패를 기록하면서 다저스타디움에서 3승 6패를 기록 중에 있습니다. 


사실 두 팀 안방 구장은 멀어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구글 지도에 따르면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서 LA 국제공항까지 6시간 10분이 걸립니다. 참가로 인천에서 싱가포르까지 비행 시간이 6시간 20분 정도 됩니다.



보스턴에서 LA까지는 항공편 기준으로 약 2588마일(약 4165㎞) 떨어져 있습니다. 이 역시 월드시리즈 기록입니다. 이전까지는 1962년 월드시리즈 때 뉴욕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가 2568마일(4133㎞) 떨어진 도시를 안방으로 삼았던 게 최장 기록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날씨가 승부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스턴은 춥고, LA는 더우니까요.


보스턴은 21세기 들어 월드시리즈에서 패한 적이 한 번도 없는 팀. 반면 2009년 이후에는 월드시리즈 진출을 더 늦게 확정한 쪽이 항상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어느 쪽 징크스가 더 셀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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