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프로농구(NBA)가 역시 사람 마음을 잘 읽습니다.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NBA 사무국이 다음달 16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2018~2019 시즌부터 4쿼터 전용 리그 패스 패키지를 내놓기로 했다고 27일 보도했습니다. 리그 패스는 메이저리그에서 MLB.tv가 그런 것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로든 NBA 경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28일(한국시간) 현재 30개 팀 전 경기를 보려면 19만2800 원을 내야 합니다. 한 팀 경기만 볼 때는 12만8500 원이고, 매달 80경기를 골라볼 수 있는 게임 초이스(Game Choice) 패키지는 10만7110 원입니다.


NBA 마니아가 아니라면 쉽게 카드를 꺼내기에는 부담되는 가격. 그래서 NBA 사무국은 2014~2015 시즌을 앞두고 (한 팀 패키지와 함께) 단일 경기 패키지를 내놓았습니다. 문득 갑자기 NBA 경기가 보고 싶다면 현재 기준으로 5300 원을 내면 경기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꼭 농구 경기를 1쿼터부터 다 볼 필요가 있나요? 어차피 진짜 승부는 4쿼터에 벌어지는 게 일상다반사인데요? 2017~2018 NBA 정규리그 1230 경기 가운데 717 경기(58.3%)는 3쿼터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점수 차이가 10점을 넘지 않았습니다. 4쿼터가 끝났을 때는 336 경기(27.3%)만 10점 이내 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진짜 실력이 4쿼터에 들어난다는 방증입니다.


4쿼터 때는 정규 경기 시간 가운데 득점이 제일 적게 나옵니다. 체력 문제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경기 막판이 되면 수비력을 다들 끌어올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경기 시간도 깁니다. 인프레딕터블(inpredictable)이라는 블로그에서 2013~2014 시즌 정규리그 경기를 토대로 실제 경기 시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쿼터에서 경기 시간 1분이 줄어드는 데는 약 4분이 걸립니다. 마지막 60초는 5분도 더 걸립니다.



그만큼 4쿼터는 밀도가 높습니다. 그러니 한 쿼터만 볼 수 있는 리그 패스 패키지를 만든다면 당연히 4쿼터부터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또 아직 1~3쿼터 가운데 한 쿼터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완성하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런런 '틈새 상품'이 등장한 걸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계씰 겁니다. 만약 4쿼터 패키지를 만들지 않는다면 4쿼터만 보고 싶은 팬도 가격을 더 주고 한 경기 패키지를 사야만 했을 터. 그런데 이런 패키지가 있다면 4쿼터 패키지만 결제하고 말 테니 손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리그 수뇌부는 이미 포화시장에도 대못을 꼽을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이들이었습니다. 틈새 상품이 기존 시장을 갉아 먹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경험한 거죠. 4쿼터 상품도 새로운 시장을 여는 선봉장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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