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에서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 30주년을 맞아 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31)을 모델로 선택했습니다.
캐퍼닉은 4일 트위터 등 자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무엇인가를 믿어라. 비록 그게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뜻일지라도"라고 쓴 나이키 광고 사진을 올렸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쿼터백으로 활약한 캐퍼닉은 2011년 처음 나이키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뒤로 계약을 끝낸 적은 없지만 최근 2년 동안에는 캐퍼닉이 등장한 나이키 광고를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블로그에 쓴 것처럼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8월 미국에서는 흑인이 백인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다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캐퍼닉은 ‘흑인에 대한 사법적인 린치를 중단하라’며 그달 26일 열린 시범경기 때 ‘별이 빛나는 깃발’이 울려 퍼지는 동안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 “인종차별 하는 나라를 위해서는 일어나고 싶지 않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캐퍼닉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나라로 떠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에도 무릎 꿇기 열풍이 더욱 거세게 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틈날 때마다 이를 반(反)애국적이라고 비판하며 논란의 불길이 더욱 치솟았습니다.
이렇게 논란을 일으키고 나면 '어른들 사정'에 휘말리는 게 일상다반사. 캐퍼닉은 2016~2017 시즌이 끝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새 팀을 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러자 캐퍼닉은 "리그에서 나를 쫓아냈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논쟁적인 선수를 광고 모델로 쓰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 게다가 나이키는 올해 3월 NFL과 용품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NFL 소속 32개 모든 팀에서 나이키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이 계약은 2028년에 끝이 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가 캐퍼닉을 앞세웠으니 NFL 구단주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나이키는 '일단 거침 없이 가자(Just Do It)' 모드입니다. 지노 피사노티 나이키 북미 부회장은 ESPN 인터뷰에서 "콜린은 우리 세대에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운동 선수로 손꼽을 수 있다. 그는 스포츠를 지렛대로 삼아 세상을 진보하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Belie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 #JustDoIt pic.twitter.com/SRWkMIDdaO
— Colin Kaepernick (@Kaepernick7) September 3, 2018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나이키는 다른 NFL 선수들처럼 캐너픽을 모델로 신발과 티셔츠 등을 만드는 건 물론 캐퍼닉이 진행 중인 '권리를 쟁취하라(Know Your Rights)' 캠페인에도 기부금을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나이키가 100% 순수한 의미에서 캐퍼닉과 계약한 것만은 아닙니다. 캐퍼닉은 지난해 NFL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저지 판매에서는 상위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니까 캐퍼닉은 '돈이 되는' 선수인 겁니다.
I’m just here to remind folks that last year Colin Kaepernick was in the top 50 in NFL jersey sales, despite not being on a roster. Nike made a business move.
— Jemele Hill (@jemelehill) 2018년 9월 3일
물론 모든 이들이 이번 나이키 결정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는 등 이제 평생 아껴온 이 브랜드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SNS 게시물도 적지 않게 올라왔습니다.
First the @NFL forces me to choose between my favorite sport and my country. I chose country. Then @Nike forces me to choose between my favorite shoes and my country. Since when did the American Flag and the National Anthem become offensive? pic.twitter.com/4CVQdTHUH4
— Sean Clancy (@sclancy79) 2018년 9월 3일
이제 관심은 트럼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쏠려 있습니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34·LA 레이커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또 소심하게 굴까요? 아니면 이번에는 대범한 척을 할까요? 트럼프는 지난해 9월 NFL 구단주를 향해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개자식(son of bitch)은 당장 경기장 바깥으로 내쫓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나이키는 캐퍼닉과 함께 제임스도 저스트 두 잇 캠페인 30주년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그밖에 NFL 선수 가운데는 오델 베컴 주니어(26)와 '조막손' 샤킴 그리핀(23)이 라인업에 합류합니다. 또 '테니스 여제'이자 '패완발(패션의 완성은 발레복)' 세리나 윌리엄스(37), 스케이트보더 레이시 베이커(27)도 저스트 두 잇 30주년 기념 광고에 참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