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호주 프로야구(ABL)에서 또 한 번 재미있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대만 진출입니다. 그렇다고 한국 선수만 뛰는 팀을 ABL에 만든 것처럼 대만 선수만 뛰는 팀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이번에는 거꾸로 호주 선수가 뛰는 팀을 대만 프로야구에 만들기로 했습니다.


3일 대만 진리(今日)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ABL와 대만프로야구연맹(CPBL)은 적지 않게 만나 호주 팀이 대만 리그에 참가하는 방향을 논의했으며, 캠 베일 ABL 회장(사진 왼쪽)과 우즈양(吳志揚) CPBL 총재(오른쪽)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내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베일 회장은 "먼저 (대만) 2군 리그에서 뛸 것이다. 대만 2군에서 3, 4년 정도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ABL이 상업적으로 진짜 발전할 수 있는 리그가 되려면 (호주 선수는) 더 많은 경기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호주가 속한 남반구는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입니다. 그래서 ABL은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리그를 진행합니다. 만약 4~10월에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진짜 1년 내내 야구를 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대만으로서도 나쁠 건 없습니다. 한 때 대만에는 대만직업야구대연맹(TML) 소속 4개 팀을 포함해 프로야구 팀이 총 11개 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부조작 사건이 이어지면서 4개 팀까지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이 늘어난다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숙제도 적지 않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CPBL에 새로 합류하려는 팀은 1억2000만 대만달러(약 43억5200만 원)를 가맹금으로 내야 합니다. 여기에 해마다 운영비도 들어갑니다. 이 돈을 ABL에서 직접 부담할 건지 아니면 스폰서 (대만) 기업이 따로 있는지 등이 4일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퓨처스(2군) 리그에 해외 팀이 참가하는 '서머 리그' 등을 운영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가끔 일본 프로야구 3군 팀하고 연습 경기를 치르는 일이 있는 걸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도 같은데 말입니다.


+4일 추가


중화권 야구 전문 블로그 '차이니즈 베이스볼 스토리'를 운영하고 계신 대치동 갈매기 님은 "지난 10년 동안 꼴랑(반드시 이 표현을 써야 함) 네 팀밖에 없는 환경에서 매년 그 팀이 그 팀인 경기를 봐오던 사람으로 일단 이런 시도조차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난다고 본다"며 "일단 (모기업이) 국내 기업으로 한정되어 있는 규정 자체를 손봐야 할 것이고 스폰서나 드래프트 문제, 구장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하는) 등 무수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호주 팀이 (대만) 리그에 계속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몇 년 하다가 중간에 손 털고 나가버리면 드래프트로 뽑은 선수나 (호주 선수 70%를 제외하고 나머지) 30% 비중으로 대만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얘기에 팀을 옮긴 선수는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갈 곳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정식으로 (리그에) 가입하는 것인지 아니면 잠깐 이벤트성 추진인지도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아 말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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