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상고 호세'가 '호주 호세'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한화에서 방출 당한 김경언(36·사진)이 다음 시즌부터 호주 리그로 건너갑니다.
김경언은 경남상고(현 부경고) 재학 시절만 해도 '타격 천재' 소리를 듣던 유망주였습니다. 고향(부산) 연고 프로야구 팀 롯데에서 뛰던 외국인 타자 호세(53) 이름이 별명이 될 정도.
하지만 정작 프로 무대에서는 통산 1183 경기에 출장해 타율 .271, 55홈런, 393타점으로 2% 아쉬운 성적을 남긴 채 방출 통보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 뒤 대만 진출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결국 호주 프로야구 무대로 건너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2018~2019 시즌 김경언이 뛰게 될 팀이 아직 없습니다. 호주 리그 6개 팀 가운데 김경언을 불러주는 팀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역시 사실과 아주 다른 표현은 아니네요.) 현재까지 그 팀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호주 리그 제7 구단이 창단을 앞두고 있는 것. 특이하게도 이 팀은 엔트리 전원을 한국 선수로 채울 계획입니다. 호주 리그에서 뛰는 한국 팀이 생기는 셈입니다.
스포츠마케팅 회사 '해피라이징'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최초의 해외 프로야구 팀이 창단한다. 2018~2019 시즌부터 호주 프로야구에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프로 팀이 공식 참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1일에는 캠 베일 호주 프로야구(ABL) 회장,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ABL 제7 구단 창단' (계약) 체결식을 열 예정입니다.
독립 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야구 과외 학원'이 성행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선수들로서는 이런 팀이 생기는 게 나쁠 리 없습니다. 한국 야구계를 대표해 선수협회에서 '출동'하는 것도 아마 그런 맥락일 겁니다. 요컨대 한국에서는 이를 마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피라이징은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과 방출 및 은퇴 선수 특별 선발 등으로 선수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프로에서 뛸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로서는 마음껏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라며 "올해 선수단 규모는 코치진을 포함해 30여 명(을 예상하고 있다). 9월까지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하고, 10월에 창단식을 연 뒤 본격적인 호주 현지 적응 훈련에 돌입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ABL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팀에게 리그 한 자리를 내주려는 걸까요? ABL은 지난해 11월 리그 확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8~2019 시즌부터는 8개 구단 체제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시아 시장 공략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베일 회장은 "야구는 일본과 한국 대만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다. 우리가 11~2월에 시즌을 진행할 때 이들 나라 팬들은 야구 경기에 목말라 한다"면서 "ABL을 아시아 최고 윈터 리그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 세 나라와 호주 사이에 시차가 거의 없다는 것도 ABL이 지닌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참고로 지난 시즌 호주 프로야구는 지난해 11월 16일 개막해 올해 2월 11일에 일정을 모두 끝마쳤습니다.)
2014년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
ABL이 이렇게 시장 확장에 열을 올리는 건 당연히 '돈' 때문. 1999년 문을 닫았던 ABL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지분 75%를 투자하면서 2010년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2016~2017 시즌부터는 재출범 당시 지분 25%였던 호주야구연맹(ABF)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예전보다 돈을 열심히 벌여야겠죠?
ABL에서 아시아와 함께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한 건 호주 내 중소도시였습니다. 이번에 새로 생기는 팀은 26만 명(2017년 6월 기준)이 사는 질롱을 연고지로 삼게 됩니다. 이미 있는 6개 팀 연고 도시 평균 인구가 약 270만 명이니까 질롱은 확실히 작은 도시입니다. 한국 세종시와 비교할 수 있는 수도 캔버라(인구 약 45만 명)를 제외하면 5개 도시 평균 인구는 약 315만 명으로 늘어납니다.
일단 이렇게 기존 팀과 연고지 체급 차이가 나는데 성공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한국 야구팬에게 '겨울 야구'가 필요할까요? 해피라이징은 "ABL 경기 생중계와 관련 콘텐츠를 국내 포털 사이트 및 케이블 방송사를 통해 방송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구대성(49)도 못 끌어 올린 국내 ABL 인기를 김경언이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