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진짜 예상하기 싫었던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한국은 26일 인도네시아 겔로나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아시안게임) 야구 2라운드 B조 1차전에서 중화 타이베이(대만)에 1-2로 패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자력으로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습니다. 네, 앞으로 4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한다고 해도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독특한 이번 대회 진행 방식 때문입니다.


이번 아시아경기 야구에는 총 10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이 중 세계랭킹이 떨어지는 세 나라 ─ 스리랑카(40위), 태국(56위), 라오스(75위)가 21~23일 먼저 각 팀이 한 번씩 맞붙는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예선전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 결과 태국이 2승을 거두면서 조별리그 진출권을 따냈습니다. 태국은 2라운드 때 일본(2위) 중국(22위) 파키스탄(28위)과 함께 A조에서 경기를 펼칩니다. 말하자면 태국이 '깍두기'로 A조에 들어가는 겁니다. 


한국(3위)과 대만(6위), 홍콩(41위)이 속한 B조 깍두기는 이번 대회 개최국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서 75위까지 정한 세계랭킹도 아직 없는 나라입니다. (홍콩이 스리랑카보다 랭킹이 더 낮은데 바로 B조에 들어온 건 대진 결정 당시에는 랭킹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조별리그를 치른 다음에는 상위 2개 팀이 A조 1위-B조 2위, A조 2위-B조 1위가 서로 맞붙는 4강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번 대회는 다릅니다. 각 조 1·2위 네 개 팀은 '슈퍼 라운드'에, 3·4위 네 개 팀은 '컨솔레이션(consolation·위안) 라운드'로 나눠 2라운드를 진행합니다. 



2라운드 때는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팀과는 다시 경기를 치르지 않습니다. A조 1위는 B조 1, 2위하고만 경기를 치릅니다. 마찬가지로 B조 1위도 A조 1, 2위하고만 맞붙습니다. (컨솔레이션 라운드도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이 결과에 따라 슈퍼 라운드 1, 2위가 맞붙는 경기가 바로 결승전입니다. 


여기서 한국에게 문제가 되는 건 2라운드 최종 순위를 정할 때는 1라운드 맞대결 결과를 포함해 계산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대회 야구 종목 테크니컬 핸드북을 보면 "Game results of First Round games between two qualified teams will carry over to Super Round"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슈퍼 라운드에 올라가 A조 1, 2위를 모두 물리친다고 해도 자력으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가 없습니다. 대만에 이날 패했기 때문에 최종 성적을 2승 1패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만이 같은 성적을 거두면 3승으로 1위니까요. 이렇게 되면 대만(3승), 한국(2승 1패), A조 1위(1승 2패), B조 2위(3패)가 돼 한국은 결승에서 대만에 설욕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2승 1패로 슈퍼 라운드를 마감한 상태로 대만이 A조 1위(사실상 일본이겠죠?)에게 패하면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이러면 △한국 △대만 △A조 1위팀이 모두 2승 1패가 됩니다. 이럴 때는 ①승자승 ②팀성적지표(TQB) ③TQB-평균자책점 ④맞대결 경기 타율 ⑤동전 던지기 순서로 순위를 정하게 됩니다.


이때는 세 팀이 서로 물고 물린 사이기 때문에 승자승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총 득점 ÷ 공격 이닝 - 총 실점 ÷ 수비 이닝'으로 계산하는 TBQ에 따라 최종 순위를 결정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방식이 한국에게 불리한 이유는 한국-A조 1위 경기는 30일, 대만-A조 1위 경기는 하루 뒤인 31일에 열리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따라 '파트너 고르기' 경기를 치르는 팀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슈퍼 라운드 때 전승을 거둬야 하는 건 물론 스스로를 이렇게 수렁으로 몰아 놓은 대만을 응원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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