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팀인 건 사실이다."
2015년 11월 10일 대만 타이베이(臺北) 톈무(天母)구장에서 만난 박병호(32·현 넥센·사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 국가대표로 참가 중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연습을 앞두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결과 미네소타가 자신에 대한 독점 협상권을 따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렇게 소감을 밝힌 것. 그러니까 어떤 팀에 자신이 가게 될지 포스팅 결과를 전해 듣기 전까지는 선수 본인도 몰랐던 게 현실입니다.
앞으로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는 한국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선택 받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던' 신세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대신 자신을 데려가려는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한 뒤 태평양을 건널 수 있게 됐습니다.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24·LA 에인절스)는 이미 이런 방식으로 빅 리그에 입성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협의해 한·미 선수계약협정을 개정했다고 12일 발표했습니다. KBO는 "이번 한·미 선수계약협정 개정안은 미·일 선수계약협정 개정안과 동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전에 메이저리그 진출하려는 선수는 가장 높은 포스팅 입찰액을 써낸 구단 딱 한 팀하고만 30일 동안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계약을 성사하면 이 응찰료는 전액 한국 구단에서 이적료 성격으로 받아갔습니다. 이 이적료는 창단 후 처음으로 넥센이 2016년 흑자 사례를 기록할 수 있던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구단이 얼마를 적어낼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깜깜이'로 포스팅을 진행하다 보니 입찰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점. 이에 따라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일본야구기구(NPB)는 결국 미·일 선수계약협정을 개정해 독점 협상권을 없앴습니다. 그 덕에 오타니는 자신에게 관심을 벌인 구단을 상대로 '발표회(프리젠테이션)'를 요구한 끝에 결국 에인절스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탐낼 만한 실력을 갖춘) 한국 선수(가 있다면) 역시 같은 조건을 메이저리그 구단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적료 지급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입찰액 기준이 아니라 선수가 받게 되는 계약 총액 구간별로 비율을 정해 받는 방식입니다.
• 2500만 달러 이하: 20%, 최대 금액 500만 달러
• 2500만 달러 초과~5000만 달러 이하: 500만 달러 + {(총액 - 2500만 달러) × 17.5%}(최대 금액 437만5000달러). 전체 최대 금액 937만5000 달러.
• 5000만 달러 초과: 937만5000 달러 + {(총액-5000만 달러) × 15%}
이렇게 계약을 하면 구단보다 선수가 받는 돈이 늘어나게 됩니다. 예컨대 LA 다저스는 류현진(31) 포스팅에 총 6173만7737.33 달러를 썼습니다. 이 중에서 원 소속팀 한화가 이적료로 받은 돈(2573만7737.33 달러)이 전체 계약 중 41.7%였습니다. 만약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하면 이 금액은 18%(1113만5660.60 달러)로 줄어듭니다.
물론 오타니는 이런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미·일 선수계약협정도 올해 11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 전 협정은 2000만 달러를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한·미 선수계약협정도 올해 11월 1일부터 효력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매년 11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1일까지 포스팅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12월 5일로 줄었습니다. 이번 협정은 2021년 10월 31일까지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