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예, '사곧정'(사진이 곧 정답)입니다. 이집트가 이번 2018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팀입니다. 여기서 '이동'이라는 건 베이스 캠프와 경기장을 오가는 거리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자기네 나라에서 러시아까지 오는 거리는 따지지 않은 겁니다.


이집트는 체첸 (자치) 공화국 수도인 그로즈니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습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체첸 사람들 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게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집트 역시 인구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니까요.


이집트는 그로즈니를 중심으로 △예카테린부르크(vs 우루과이) △상트페테르부르크(vs 러시아) △볼고그라드(vs 사우디아라비아)를 오가며 경기를 치릅니다. 그로즈니에서 출발해 각 도시로 갔다가 돌아오는 일정으로 계산을 해보면 이집트는 조별리그 기간 총 1만518㎞를 이동하게 됩니다.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면적(약 1709만8242㎢)이 가장 큰 나라입니다. 대신 러시아 전체 면적 중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시베리아가 아니라 유럽 대륙 쪽에서 경기가 열립니다. (칼리닌그라드는 본토하고 떨어져 있는 월경지·越境地입니다.)



그래서 나라 크기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지난 번 브라질(854만7906㎢) 대회 때보다 이번 대회 참가 팀이 오히려 이동 거리가 짧습니다. 2014 월드컵 때 미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1만4326㎞를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이집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이동하는 나라는 나이지리아로 역시 1만㎞ 이상을 이동해야 합니다. 이번 대회에 1만㎞ 이상 이동하는 건 이 두 나라뿐입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는 미국 이외에도 △이탈리아(1만4126㎞) △멕시코(1만4040㎞) △일본(1만1512㎞) △코트디부아르(1만1240㎞) △카메룬(1만1028㎞) △코스타리카(1만472㎞) 등 총 7개 나라가 1만㎞ 이상을 이동했습니다.



브라질에서 9번째로 적게 이동했던 한국(5152㎞)은 이번에는 여섯 번째로 멀리(8478㎞) 움직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베이스 캠프를 치른 한국은 △니즈니노브고로드(vs 스웨덴) △로스토프나도누(vs 멕시코) △카잔(vs 독일)을 오가며 일정을 소화합니다.


물론 어떤 나라든지 16강에 진출하게 되면 이동거리는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 한국이 결승까지 진출하면 전체 이동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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