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KIA 최정민(29·사진)이 프로야구 데뷔 이후 7년 만에 커리어 1호 홈런을 날렸습니다. 2012년 SK에서 데뷔한 최정민은 18일 광주 안방 경기에서 3회말 친정팀 선발 박종훈(27)이 던진 커브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비거리 110m)을 날렸습니다. 


최정민처럼 데뷔 첫 홈런을 날리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선수는 대부분 출전 경기 숫자 자체가 적습니다. 이날은 최정민의 1군 통산 123번째 경기였습니다. 그나마 이 중 88경기를 2016년에 소화했습니다. 홈런을 치기까지 216타석이 필요했으니까 타석에 경기당 평균 두 번도 들어서지 못했던 것. 냉정하게 말해 최정민은 백업 내야 자원이니까요. (물론 올해는 외야수로도 출전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선발 중견수로 출전해 홈런을 날렸습니다.) 


게다가 7년 만에 홈런을 친 게 한국 프로야구 역대 기록인 것도 아닙니다. 롯데 황진수(29)는 지난해 9월 17일 사직 경기에서 데뷔 11년 만에 첫 홈런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황진수가 1군에서 103번째로 출전한 이 경기 상대 역시 공교롭게도 SK였습니다. 그렇다고 SK도 당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SK 김재현(31)도 2016년 5월 22일 광주 경기에서 데뷔 11년만에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습니다. ('캐넌 히터' 그 김재현 아닌 건 아시죠?) 이날 김재현은 237번째로 1군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KIA로 시작해 다시 KIA까지 왔으니 첫 홈런을 치는 데 11년이 걸린 얘기는 여기까지.


최정민과 마찬가지로 이런 선수는 1군에서 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데뷔 첫 홈런을 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더라고 해도 타석 숫자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요컨대 최장 연속 타석 무홈런 같은 대기록(?)을 세우려면 장타력 빼고는 나머지 툴(tool)에 큰 문제가 없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1군 무대에 출전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한국 프로야구 기록을 이용규(33·한·사진)가 보유하고 있다는 게 어쩐지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용규는 (어느 팀일 땔까요?) KIA 소속이던 2006년 9월 12일 광주 LG전부터 2010년 7월 29일 (구장이 어디일까요?) 사직 롯데전 첫 번째 타석까지 1640타석에서 홈런을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습니다. 이날 두 번째 타석에서 이재곤(30·현 kt)을 상대로 홈런을 날리면서 기록이 끝났습니다.


현재 이 기록에 가장 근접한 건 (역시 KIA 출신인) 삼성 강한울(27)입니다. 강한울은 17일까지 통산 1411 타석에서 홈런을 하나도 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한울이 앞으로 80타석 안에 홈런을 기록하지 못하면 조성옥(1961~2009·전 롯데)을 넘어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데뷔 후 연속 타석 무홈런 기록에서는 이미 강한울이 1위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요시후미 오카다(岡田幸文·34·지바 롯데·사진)가 데뷔 이후 연속 타석 무홈런 기록 보유자입니다. 요시후미는 2010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2483타석에서 홈런을 하나도 때리지 못했고, 올해도 아직까지 홈런 소식은 없습니다. 요시후미는 흔히 '수비형 외야수'로 분류하는 선수입니다. 


일본 전체 기록 보유자는 아카호시 노리히로(赤星憲廣·42·은퇴)입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한신에서만 뛴 아카호시는 2005년 6월 12일 에지리 신타로(江尻愼太郞·41·당시 니혼햄)를 상대로 홈런을 친 뒤 은퇴할 때까지 2528타석에서 홈런을 하나도 때리지 못했습니다. 통산 홈런은 3개. 


메이저리그에서는 알 브리드웰(1884~1969·사진)이 최소 3806 타석 연속 무홈런을 기록했습니다. 1905년 4월 16일 신시내티에서 데뷔한 브리드웰은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윕고 있던 1913년 4월 30일이 되어서야 첫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최소 3806 타석이라고 쓴 건 그가 이 경기에서 세 번 타석에 들어섰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만, 몇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쳤는지 '박스 스코어'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다 타석 무홈런 기록 역시 브리드웰이 주인공입니다.


마이너리그를 포함하면 존 오닐(1920~2012)을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오닐은 1942년 6월 12일 이후 은퇴할 때까지 마이너리그 통산 4541 '타수'에서 홈런이 없습니다. (타수가 기준인 건 타석을 따로 집계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1946년에는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에서 94 타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때도 홈런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최소 4635 타수 연속으로 홈런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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