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건 딱 하나입니다. 프로배구 2017~2018 도드람 V리그 정규리그 일정도 이제 거의 다 끝나갑니다. 마지막 남은 관전 포인트는 역시 남자부 2위를 누가 차지할 것이냐 하는 것. 6일 현재 삼성화재(61점)가 대한항공에 승점 1점 앞선 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박빙 승부는 양 팀 마음가짐에서 갈릴 확률이 큽니다. 2위와 3위가 그리 큰 차이가 없거든요. 2위와 3위 모두 챔피언 결정전에 나가려면 어차피 플레이오프(3전 2승제)에서 먼저 서로 만나야 합니다. 그러니 삼성화재가 3위를 '선택'한다고 해도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은 "선수들이 플레이오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3위로 내려 앉아도 무방하다는 얘기. 반면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100% 전력을 다하겠다"며 "마지막 경기(11일 우리카드전) 후 일주일 정도 시간이 있으니 체력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2위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
물론 차이가 딱 하나 있기는 합니다. 플레이오프 세 경기 중 두 경기가 2위 팀 안방 체육관에서 열린다는 것. 그러니까 남자부 플레이오프는 2위 팀 안방 → 3위 팀 안방 → 2위 팀 안방 순서로 옮겨 가며 경기를 치릅니다. 이런 일정이 플레이오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이 글 제목처럼 '배구에도 홈 어드밴티지가 있을까'로 쓸 수 있습니다. 굳이 '똥개'를 찾지 않아도 안방에서는 누구나 기를 펴고 시작하게 마련. 그런데 배구는 홈 어드밴티지가 약하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알아보려고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배구 야구 축구) 지난 시즌 정규리그 경기 결과를 안방 팀 관점에서 정리해봤습니다. 여기서 지난 시즌이란 농구와 배구는 2016~2017 시즌, 야구와 축구는 2017 시즌을 뜻합니다.
▌4대 프로스포츠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안방 팀 성적
종목 | 승 | 무 | 패 | 승률 |
농구 | 162 | - | 108 | .600 |
배구 | 69 | - | 57 | .548 |
축구 | 83 | 67 | 71 | .539 |
야구 | 377 | 11 | 332 | .532 |
배구에 홈 어드밴티지가 없다고 하기는 어렵겠죠? 프로배구 원년(2005시즌)부터 상무 상대 기록을 제외하고 따져보면 안방 팀 승률이 .531(539승 477패)로 내려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지난해 프로야구 수준입니다. (상무를 제외한 건 이 아마추어 팀이 프로배구 무대에서 36승 224패·승률 .138를 기록하는 데 그친 '승점 자판기'였기 때문입니다.) 설마 야구를 두고 '홈 어드밴티지가 약한 종목'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아니 계시겠죠?
현재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팀 기록만 따로 떼어 보면, 프로배구 남자부가 현재처럼 7개 구단 체제를 갖춘 2013~2014 시즌 이후 삼성화재는 역시 안방(.696)과 방문(.652) 경기 모두 승률이 가장 높은 팀입니다. 그래도 안방 승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대한항공은 재미있게도(?) 안방과 방문 경기 승률이 .580으로 똑같습니다.
현재 외국인 선수가 두 팀에 합류한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 현재까지 따져 보면 또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대한항공은 안방 경기 승률(.705)이 방문 경기 때(.638)보다 확실히 높습니다. 그러니 2위를 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삼성화재는? 안방과 방문 경기 모두 .571로 똑같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전체적으로는 배구에도 홈 어드밴티지가 있다고 하는 편이 사실에 가깝겠지만 모든 팀이 항상 그 이점을 누리는 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이번 2위 싸움 역시 플레이오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누가 옳고 그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빨리 '봄 배구'가 막을 올리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최근에는 네 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2위 팀이 챔프전에 진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