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켈(27·사진)이 얼굴 없는 투수로 남게 됐습니다. 프로야구 롯데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외국인 투수 마켈을 임의탈퇴 공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켈이 개인적인 가정사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리그 적응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고민하던 마켈이 구단에 계약 해제 의사를 밝혔고 구단에서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것"이라는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롯데에서 외국인 선수가 한 경기도 뛰지 않고 짐을 싼 건 마켈이 처음은 아닙니다. 가장 최근에는 스캇 리치먼드(38)가 2012년 12월 총액 30만 달러(당시 약 3억2000만 원)에 계약했지만 시즌 개막 전에 캐나다로 돌아갔습니다. 마켈까지 KBO 등록했던 외국인 선수는 총 337명인데 리치먼드는 선수 등록을 아예 한 적이 없어서 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리치먼드 혼자면 이 글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터. 롯데는 2001 시즌을 앞두고 아지 칸세코(53)를 영입했습니다. 호세 칸세코의 쌍둥이 형으로 유명했던 그는 스프링캠프부터 팀 훈련에 불참하기 일쑤였고 한국에 와서도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시범경기에서 죽을 쑤다 첫 안타를 치고는 끝내기 안타라도 친 것처럼 관중석을 향해 환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시즌 개막 전 짐을 싸서 떠났습니다.
2003년에는 모리 가즈마(森數馬·42)가 개막 전 짐을 쌌습니다. 모리는 당시 롯데를 이끌고 있던 백인천 감독이 야심차게 영입했던 선수. 그러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평범한 국내 투수와 다른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시범경기에서도 9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9.64를 기록하며 백 감독의 뛰어난(?) 선구안만 확인시켜준 채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롯데만 이런 실패를 경험한 건 아닙니다. 말레브(46·2000 KIA), 루크(46·2002 삼성), 아이바(45·2006 LG), 로드리게스(39·2010 KIA), 라미레즈(35·2011 두산) 등도 1군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장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롯데 혼자 이런 일을 겪는 게 네 번째라니 어쩐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