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앤디 머리(29·영국·사진)가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언론에서는 보통 이 선수를 '앤디 머레이'라고 쓰는데 동아일보 어문연구팀은 Murray가 /머리/로 소리가 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머리는 현재 이번 시즌 마지막 투어 대회인 BNP 파리바 마스터스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총 76주 동안 랭킹 2위에 만족해야 했던 머리가 이 대회가 끝난 뒤 1위를 차지하려면 △머리 본인이 결승에 진출하고 △현재 1위 조바크 노코비치(29·세르비아)는 준결승 진출에 실패해야 했습니다.
일단 4일(이하 현지 시간) 조코비치가 8강에서 마린 칠리치(28·크로아티아·10위)에 0-2로 패하면서 조건 하나는 충족했습니다. 같은 날 머리는 토마스 베르디흐(31·체코·11위)를 2-0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고, 5일 준결승 맞상대였던 밀로시 라우니치(26·캐나다·5위)가 발목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머리는 다음 주부터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1974년 ATP에서 세계랭킹을 채택한 뒤 머리는 1위에 이름을 올리는 26번째 선수가 됩니다. 영국 선수로서는 첫 번째 세계랭킹 1위입니다. 랭킹 도입 첫 해 존 뉴컴(72·호주)이 서른 살로 1위를 차지했던 걸 제외하면 머리보다 늦은 나이에 세계 정상에 처음 오른 선수는 없습니다.
선수 | 국적 | 첫 1위 등극일 | 당시 나이 | 1위 총 기간(주) |
일리에 너스타세 | 루마니아 | 1973-08-23 | 27 | 40 |
존 뉴컴 | 호주 | 1974-06-03 | 30 | 8 |
지미 코너스 | 미국 | 1974-07-29 | 21 | 268 |
비외른 보리 | 스웨덴 | 1977-08-23 | 21 | 109 |
존 매켄로 | 미국 | 1980-03-03 | 21 | 170 |
이반 렌들 | 체코 | 1983-02-28 | 22 | 270 |
매츠 빌랜더 | 스웨덴 | 1988-09-12 | 24 | 20 |
스테판 에드베리 | 스웨덴 | 1990-08-13 | 24 | 72 |
보리스 베커 | 독일 | 1991-01-28 | 23 | 12 |
짐 쿠리어 | 미국 | 1992-02-10 | 21 | 58 |
피트 샘프러스 | 미국 | 1993-04-12 | 21 | 286 |
앤드리 애거시 | 미국 | 1995-04-10 | 24 | 101 |
토마스 머스터 | 오스트리아 | 1996-02-12 | 28 | 6 |
마르셀로 리오스 | 칠레 | 1998-03-30 | 22 | 6 |
카를로스 모야 | 스페인 | 1999-03-15 | 22 | 2 |
예브게니 카펠니코프 | 러시아 | 1999-05-03 | 25 | 6 |
패트릭 라프터 | 호주 | 1999-07-26 | 26 | 1 |
마라트 사핀 | 러시아 | 2000-11-20 | 20 | 9 |
구스타보 쿠에르텐 | 브라질 | 2000-12-04 | 24 | 43 |
레이턴 휴잇 | 호주 | 2001-11-19 | 20 | 80 |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 | 스페인 | 2003-09-08 | 23 | 87 |
앤디 로딕 | 미국 | 2003-11-03 | 21 | 13 |
로저 페더러 | 스위스 | 2004-02-02 | 22 | 302 |
라파엘 나달 | 스페인 | 2008-08-18 | 22 | 141 |
노바크 조코비치 | 세르비아 | 2011-07-04 | 24 | 223 |
앤디 머리 | 영국 | 2016-11-07 | 29 | 1 |
머리가 처음 2위에 이름을 올린 건 2009년 8월 17일이었습니다. 2위에서 1위가 되는 데 7년이 넘게 걸린 셈입니다. 이 역시 보리스 베커(49)가 2위에서 1위가 되는 데 4년 4개월이 걸렸던 걸 뛰어 넘는 역대 최장 기록입니다. 반면 토마스 머스터(49)나 레이턴 휴잇(35)은 2위에서 1위로 올라가는 데 2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던 데는 역시 이반 렌들(56) 코치 공이 큽니다. 머리는 2012년 렌들 코치와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 같은 해 US 오픈 테니스 대회 우승, 이듬해 윔블던 우승 등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2013년 윔블던 우승은 영국 선수로는 77년 만에 정상 등극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2014년 결별했다가 올해 재결합했습니다. 머리는 올해도 윔블던 정상을 차지했으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남녀 선수를 통틀어 처음으로 올림픽 단식 2연패에 성공한 선수가 됐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미 7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한 시즌 개인 최다 기록입니다. 시즌 전적은 76승 11패(승률 .874)입니다. APT는 최근 52주(1년) 동안 한 선수가 가장 좋은 성적을 낸 18개 대회 결과를 토대로 세계랭킹을 산정합니다.
머리는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세계 1위를 차지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함께 경쟁하는 선수들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나는 어렵겠구나' 싶었다"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