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9일 넥센을 불러들여 치른 올 시즌 사직구장(사진)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에는 총 5493명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이로써 롯데는 올 시즌 총 관중 85만2639 명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습니다. 이는 △두산 116만5020 △LG 115만7646 △SK 86만5194 명에 이어 올 시즌 네 번째로 많은 기록입니다.


다른 구단이었다면 이 정도로 만족해도 좋을 터. 하지만 롯데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구도(球都·야구 도시)' 부산을 연고지로 삼는 팀이니까요. 실제로 롯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으로 안방 구장을 찾은 팬이 가장 많은 구단이었습니다. 사직에서 관중이 69명이 찾으면 저마다 '69 용사'를 자처하지만 전주에서는 54명이 경기장을 찾아도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프로야구장을 찾은 전체 관중 숫자 중에서 롯데 안방 구장을 찾은 팬 비율(관중 점유율)을 따져 보면 더욱 대단합니다. 2008년 야구장을 찾은 전체 관중은 525만6332명이었는데 이 중 사직과 (롯데 제2 연고지였던) 마산을 찾은 팬이 26.2%(137만9735명)이었습니다. 올해 사직과 울산 문수구장을 찾은 팬 비율은 10.2%까지 내려왔습니다. 당연하지만 해가 갈수록 내림세입니다.



프로야구에서는 10개 구단이 참가하지만 10%가 평균인 것도 아닙니다. 사직이 구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2016 '베이스볼 다이어리' 기준으로 사직은 2만7500 명이 들어갑니다. 프로야구팀에서 쓰는 13개 구장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여기에 6경기를 치른 문수구장(1만2088석)까지 포함하면 관중 점유율 12.9%가 나와야 평균은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평균이 아니라 꼴찌입니다. '좌석 점유율(전체 좌석 숫자 ÷ 관중 숫자)'을 계산해 보면 사직은 44.4%로 가장 빈 자리가 많은 채로 경기를 벌이는 구장입니다. 문수구장까지 합치면 이 비율이 45.2%로 올라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롯데가 이 비율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2016 프로야구 구장별 좌석 점유율

 구장  좌석수  경기 숫자  총 관중  평균 관중  좌석 점유율
 잠실(두산)  2만3000  72  116만5020 명  1만6181 명  70.4%
 대전  1만3000  67  61만472 명  9112 명  70.1%
 잠실(LG)  2만3000  72  115만7646 명  1만6078 명  69.9%
 마산  1만1000  72  54만9125 명  7627 명  69.3%
 고척  1만6944  72  78만2121 명  1만863 명  64.1%
 광주  2만639  72  77만3499 명  1만743 명  52.1%
 대구  2만4274  66  80만4629 명  1만2191 명  50.2%
 수원  2만  72  68만2444 명  9478 명  47.4%
 문학  2만6000  72  86만5194 명  1만2017 명  46.2%
 사직  2만7500  66  80만6254 명  1만2216 명  44.4%
 청주  1만500  5  5만 명  1만 명  95.2%
 포항  1만2000  6  4만6788 명  7798 명  65.0%
 울산  1만2088  6  4만6385 명  7731 명  64.0%


노파심에 한 번 더 말씀드리는데 좌석 수는 베이스볼 다이어리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청주는 표를 1만 장 팔고 나면 KBO에서 만원 관중으로 처리하지만 다이어리에 1만500명으로 나와 있어 이를 따랐습니다. 제2 안방 구장을 합치면 좌석 점유율이 한화는 71.5%, 삼성은 50.9%가 됩니다.



▌2016 프로야구 구단별 객단가(단위: 원)
 구단  객단가
 넥센  1만3176
 한화  1만2561
 삼성  1만2035
 LG  1만1505
 두산  1만991
 KIA  1만109
 SK  9003
 NC  8827
 kt  8299
 롯데  6766
 평균  1만443

계속 구장 입장료를 동결하는 걸 보면 롯데도 관중 감소 문제를 고민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구장 시설 개선에 31억 원을 투자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는 더 크게 투자를 하려고 했고요.


문제는 이렇게 관중을 유치하려고 해도 별로 소득이 없다는 것. 관중 1인당 입장료 수익을 뜻하는 객단가를 알아보면 롯데는 6766 원으로 올 시즌 객단가가 가장 높았던 넥센(1만3176 원)하고 비교하면 51.4% 수준입니다. 리그 평균(1만443 원)하고 비교해도 64.8%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싼 데도 롯데 팬들 발걸음을 구장을 다시 찾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롯데 팬들이 다시 야구장을 찾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일단은 성적입니다. 롯데가 '가을야구'에 나간 건 2012년이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 관중이 빠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승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2008~2012년 5년 동안 롯데는 4위 세 번에, 3위 두 번을 했을 뿐입니다. 


물론 우승을 하면 난리가 납니다. 1984년 처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부터 1992년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기까지 9년 동안 롯데가 기록한 평균 관중 순위는 1.11위였습니다. 이 9년 동안 1990년에 딱 한 번 2위(1위는 우승팀 LG)였을 뿐 나머지는 줄곧 1위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간이라도 가는 게 롯데엔 참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때 롯데 관계자하고 같이 이동할 일이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데 자유계약선수(FA)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관계자께서 제게 "그래서 누구를 잡아야 합니까?"하고 물으시더군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우람(31·한화)을 80억 원 주고 잡는 게 정답인데 롯데는 손승락(34)과 윤길현(33)을 100억 원 주고 잡고 할 일 다 했다고 하겠죠."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입니다.



롯데는 올해 '팬 퍼스트, 팀 퍼스트(팬 먼저, 팀 먼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팬을 먼저 생각하는 가장 빠른 길은 역시 성적을 내는 겁니다. 그리고 어느덧 역사가 35년이나 된 프로야구에서 초짜 감독에게 자꾸 지휘봉을 맡기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지진이 밀려오는데 기도하면 나아질 걸로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요즘 롯데 그룹 사정을 보면 FA 시장에서 오떼(大手·큰손) 노릇을 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연 사직에는 언제쯤 봄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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