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년 전, 우리는 장원준의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 바 있다. 그만큼 2005 시즌 후반기에 장원준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에게 그의 2006 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주변의 모든 환경이 장원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전임 양상문 롯데 감독은 장원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일부 팬들은 장원준을 일컬어 양상문의 '양아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당시 최계훈 2군 코치 역시 투수판에서 디딤발의 위치 변경을 지도하며 그의 '새가슴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줬다. 1군 복귀 후 장원준의 활약은 확실히 최계훈의 작품이라 불릴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과 최계훈 코치 모두 2006 시즌이 시작되기 전 롯데를 떠나야 했다. 장원준에게는 자신을 믿고 키워준 두 명의 스승을 떠나보내는 일이었다. 따라서 2006 시즌은 장원준의 홀로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그의 홀로서기는 성공적인 결실을 매었을까?
방어율을 상당히 끌어내린 건 고무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6 시즌은 극심한 투고타저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리그 평균 방어율을 통해 방어율이 갖는 수준을 알아보는 ERA+를 알아보면 2005 시즌 기록은 82, 2006 시즌은 99다. 성적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방어율 1.5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는 얘기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장원준은 여전히 리그 평균 이하의 선수일 뿐이다.
그리고 고질적인 '편차' 문제 역시 여전했다. 2006 시즌 장원준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롤러코스터'라는 낱말이 떠오른다. 한번 장원준이 선발 등판한 경기의 Game Score를 그린 그래프를 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시즌 중반까지 거의 유사한 패턴의 반복이다. 한 경기에서 확실히 호투를 펼치면, 다음 경기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호투. 잘 던질 때는 한 없이 잘 던지다가도 그렇지 못한 날에는 3류 투수가 되기 십상이었다. 뭔가 중심이 잡히지 않은 한 시즌을 보냈다는 의미다.
그럼 어떤 날에는 잘 던지고 어떤 날에는 그렇지 못했을까? 이 점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시즌 장원준이 보여 준 특징 한 가지를 떠올려 보자. 장원준은 2005 시즌 승리를 챙긴 경기에서 평균 8이닝을 던져 1.35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4이닝을 미처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방어율은 7.17이나 됐다.
하지만 2006에는 이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이긴 경기에서는 평균 6.6이닝을 던져 방어율 1.52, 나머지 경기에서는 평균 6.3이닝을 던져 방어율 4.39였다. 물론 여전히 방어율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닝 소화 능력에 있어 현저했던 차이가 평균적인 수준으로 수렴한 것이다. 안정적인 이닝 이팅 능력이 선발 투수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롤러코스터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장원준의 GS 그래프에 선 하나를 덧붙여 보자. 새로 추가된 선은 처음 9 타자를 상대했을 때 허용한 OPS를 나타낸다.
흥미로운 건 처음 9타자의 OPS가 한 박자 늦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거칠게 해석하자면, 잘 던진 경기 이후에는 경기 초반 타자들을 능수능란하게 상대하다가 후반에 가서 얻어터지는 일이 잦았다고 볼 수 있다. 또, 부진했던 경기의 영향은 그 다음 경기 초반까지 이어지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안정을 되찾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상심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문제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주자가 있고 없을 때의 차이 역시 여전히 존재했다.
특히 .761과 .683의 DER 차이는 상당한 수준이다. 이 정도 차이는 주자가 루상에 나가 있을 경우에 오히려 수비수가 처리하기 까다로운 타구를 많이 허용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안타로 연결되는 비율도 문제지만 주자가 있을 때의 장타 허용률이 .399에 달한다는 것 역시 문제다.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의 장타는 곧바로 실점이기 때문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319의 장타 허용률로 비교적 안정된 모양새였다.
하지만 2005 시즌에는 이보다 사정이 더 좋지 못했었다. 주자가 없을 때의 장타 허용률은 .302였지만 루상에 주자만 나가면 이 비율이 .457로 급증했다. 무려 150%가 넘어가는 비율이었다. 이번 시즌 역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 편차가 작년에 비해서는 확실히 좋아졌다는 뜻이다. 이 역시 더디지만 여러모로 장원준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론적으로 말해, 2006 시즌의 장원준은 2005 시즌 말미에 보여줬던 가능성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9월을 2.80의 안정적인 방어율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확실히 고무적이다. 어쩌면 그래서 다시 한 번 장원준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지도 모를 일이다. 2008년 1월에 다시 글을 쓰게 될 때는 좀 더 칭찬이 많이 들어간 내용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