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김태균 vs 이대호, 이 두 선수를 비교하는 것은 이제 거의 레퍼토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김태균이 세운 7년차 최고 연봉 기록(3억 1천 만원)을 한 달만에 이대호(3억 2천 만원)가 갈아치우면서, 각 선수를 비교하는 팬들의 주장은 더욱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운 건 포스트 OOO 논쟁이다. 두 선수를 이전에 활약했던 타자들과 비교하며 앞으로 이 선수들이 어떤 커리어를 쌓아갈지 비교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때로 이승엽에 비교되는 영광을 누리는가 하면, 심재학에 비교되는 굴욕(?)을 경험하는 등 두 선수의 비교 대상으로 상당히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 두 선수는 누구와 유사한 커리어를 기록하고 있을까? 한번, 언제나 그랬듯, 수치로 확인해 보자. 도구는 박명환의 성적 예측에 사용했던 유사도(Similarity Scores)다. 유사도는 출전 경기수에서 각종 기록 및 포지션에 이르기까지 비교 대상으로 선택된 두 선수가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얼마나 유사한 기록을 보였는지를 나타내주는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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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김태균과의 유사도 (만 24까지)

두 선수는 2006 시즌 만 24세 시즌을 치렀다. 나이를 기준으로 할 때 현재까지 김태균과 가장 유사도가 높은 선수는 KIA의 장성호(921), 2위는 이승엽(874)이다. 물론 이승엽이 거론된다는 점은 김태균 지지자들에게 큰 힘이 되겠지만 1~2위 간의 격차는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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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이대호의 유사도 (만 24까지)

한편, 이대호와 가장 유사한 선수는 한 살 많은 이범호(955). 두 살 많은 정성훈(908)이 그 뒤를 따른다. 몸매가 유사한(?) 김동주 역시 이대호와 닮은꼴(903)이다. 김재현, 심정수, 이진영 등의 이름이 김태균, 이대호와 유사도가 높은 선수에 모두 등록됐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포스트 심재학은 두 선수 누구에게도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고졸이고 심재학은 대졸이다. 따라서 데뷔 시기 때문에 유사도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번 데뷔 이후 6년까지의 성적을 비교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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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 김태균과의 유사도 (6시즌까지)

데뷔 이후 6년 동안의 성적을 보면, 김태균과 가장 유사한 기록을 남긴 선수는 김기태(949)다. 마해영 역시 높은 점수(932)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포스트 OOO에 등장하지 않던 이름이다. 김태균과 곧잘 비교되는 양준혁은 겨우 8위에 그쳤고, 포스트 이승엽에 대한 희망 역시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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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4> 이대호와의 유사도 (6시즌까지)

이대호의 경우엔 한대화(956)가 1위다. 이범호는 비슷한 이름만큼이나 이대호의 곁을 떠날 줄 모른다. 팀 선배 김용철과 김용희를 닮았다는 점 역시 롯데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 생각된다. 혹시라도 여전히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밝히자면, 이대호와 심재학의 유사도는 881점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굳이 포스트 OOO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김태균은 포스트 김기태, 이대호는 포스트 한대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동의를 하고 안 하고는 여전히 읽는 분들의 자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 두 선수가 지금껏 누구와 유사한 커리어를 걸어왔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사실 프로 데뷔 이후의 모습만 놓고 보자면, 김태균이 늘 이대호에 한 두 걸음 앞서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해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대호는 생애 최고 시즌을 보낸 데 비해 김태균은 완전히 죽을 쒔기때문이다.

따라서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를 가정해 보면, 두 선수의 성적은 지난 시즌과는 좀 다른 방향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이대호는 소폭 하락을 경험할지도 모르는 데 비해, 김태균이 계속 부진을 경험하리라고 전망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다시 한번, 숫자는 그럼 두 선수의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마르셀 기법(Monkey the Marcel)을 활용해 한번 두 선수의 2007 시즌 성적을 예측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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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5> Monkey the Marcel 프로젝션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김태균이 더 높은 데 비해, GPA는 이대호가 더 높다는 사실에 의아해 할 분들이 있을 줄로 믿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김태균은 국내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 뛰고, 이대호는 그의 2루타를 잡아 먹는 사직 구장에서 뛰는 것을 말이다. 위에 제시된 GPA는 바로 구장 효과를 반영했기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르셀 기법은 최근의 성적에 더 큰 가중치를 준다. 그 결과 김태균의 예상 홈런은 17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이대호의 예상 기록에 4개 뒤지는 수치다. 반면 타점은 김태균(82)이 이대호의 기록(76)에 비해 더 높게 예상된다. '04, '05 시즌에는 확실히 김태균이 우위였다는 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마르셀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다면, 내년에도 김태균 vs 이대호 논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태균은 이대호가 갖지 못한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병역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이대호가 군 문제로 2년 동안 자리를 비운다면 승부는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에게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8 북경 올림픽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하에서 우리는 이대호 하나로는 안 된다는 점을 이미 경험했다. 이제 김태균이 필요하다. 김태균이 되살아나 라이벌 이대호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을 안겨야 한다. 라이벌을 위해서 가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래야 한다.

최동원 vs 선동열 논쟁은 여전히 끊이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두 선수의 전성기가 달랐다는 점이 가장 큰 논란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이 두 타자는 청소년 국가 대표 4번 타자를 번갈아 맡았던 동갑내기 출신이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꼭 누가 2000년대 후반 최고의 타자인지 멋지게 증명해 달라고 말이다. 자신들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우리 프로야구가 살고, 우리 야구가 다시 중흥을 맡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김태균이 더더욱 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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