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BC-ESPN이 프로야구를 중계하면서 가장 잘 준비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마도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진 해설진인 모양이다. 적어도 한만정 위원의 중계를 구수한 입담이라고 설명한다면 확실히 이렇게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는 생각. 한 위원께는 죄송한 발언이겠지만, 사실 연예인 리그 중계에 특화된 분인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게다가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김성한, 이순철 위원은 아직 경험 부족이니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치자. 이를테면 김성한 위원이 계속해서 KIA 선수들을 향해 '우리 이종범 선수'라고 한다든가, 감독 시절의 실패에도 계속 자신의 야구 철학을 고집하는 이순철 위원 모두 아직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두 위원 모두 감독으로서의 실패를 겪기는 했지만, 확실히 현역 시절 자신의 포지션에서는 최고의 선수였다. 따라서 야구에 대한 이해 역시 일개 야구팬이 감히 상관할 수 없을 정도라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MBC-ESPN에서 두 감독의 해설 스타일을 어떤 식으로 설명하든 아직 판단을 유보하는 편이 옳아 보인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달리 말해, 확실히 아직은 질책보다 성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허구연 위원은? 20년이 넘게 마이크 앞에 앉은 분에 대한 평가는 어쩌자는 말인가? 아니 그 분의 해박한 야구 지식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더러 해설이 아닌 '강의'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야구 이론에 관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해설을 하시는 분이 바로 허구연 위원이다.
그렇지만 그 광고를 편집한 PD에게 묻고 싶다. 작년 준플레이오프 한기주의 보크 상황, 여기서 허구연 위원의 이론이 빛이 났다고? Come on! 분명히 명백한 실수였고, 이후에도 안전 진루권에 대해 잘못된 해설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광고에선 다음 경기에서 허 위원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부분이 마치 생중계 시점이었던 것처럼 방영되고 있었다.
아니, 허구연 위원이 실수가 많은 위원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그 실수를 어떤 방식으로든 바로잡는 작업은 마땅히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다소 식상한 이야기지만, 어차피 삶이란 시행착오의 과정에 다름 아니던가. 그런데 이는 허 위원의 명성을 세우기보다 오히려 깎아내리는 일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실수를 감춰주려 했던 노력은 가상했다. 하지만 허 위원이 전혀 실수하지 않았던 장면 혹은 구장 신축에 관해 의견을 밝히는 장면이 삽입됐더라면 좀 더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까. 요즘 이래저래 아쉬움이 드는 MBC-ESP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