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뉴잉글랜드는 세이프티(최종 수비수) 네이트 에브너(28·사진)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습니다. 휴직(leave of absence) 신청을 받아준 겁니다. 자유계약선수(FA)로 원소속팀 뉴잉글랜드와 재계약한 15일(현지 시간) 에브너가 곧바로 휴직을 신청한 건 올림픽 때문. 그는 미국 럭비 국가대표팀 멤버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2014년 슈퍼볼 우승 멤버이기도 한 에브너는 역대 최연소(만 17세)로 미국 대표팀에 뽑혔던 럭비 선수 출신. 오히려 미식축구 시작이 늦었습니다. 그가 정식으로 미식축구를 시작한 건 오하이오주립대 3학년 때였습니다. 2012년 NFL 드래프트 때 196명이 먼저 뽑히고 나서야 이름이 불린 까닭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스페셜팀으로 출전하는 게 그의 임무.


에브너는 아버지 제프 씨(2008년 사망)로부터 럭비 선수 피를 물려 받았습니다. 아버지도 미네소타대에서 뛴 럭비 선수였습니다. 에브너(아래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는 "좋아하는 선수는 물론 있지만 롤모델은 아버지뿐"이라며 "아버지는 열심히 노력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사내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보여주신 분이다. 아버지보다 더 닮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럭비 선수보다는 미식축구 선수가 벌이가 낫습니다. 2014년 2월 기준으로 몸값이 가장 비싼 럭비 선수는 월급으로 5만6000 유로(약 7410만 원)을 받았습니다. 럭비 시즌은 보통 10달입니다. 드래프트 전체 197위였던 에브너는 4년간 평균 54만9150 달러(약 6억5535만 원)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계약금으로 9만6600달러(약 1억1528만 원)을 덤으로 받았습니다. 평범한 미식축구 선수가 세계 최고 몸값 럭비 선수하고 견줄만 한 수준인 겁니다. 에브너뿐 아니라 많은 럭비 선수들이 NFL 무대에 입성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댓글로 지적해 주신 분이 계셔서: 맞습니다. 댄 카터(34·뉴질랜드)가 2014년 12월 연간 150만 유로(약 167만 5000달러)에 계약하면서 럭비 선수 최고 몸값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그런데 NFL은 2012~2013 시즌 이미 평균 연봉이 20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래도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며 휴직을 신청한 NFL 선수는 에브너가 처음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전까지는 프로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고 그 뒤로는 럭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습니다. 럭비는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올림픽부터 다시 7인제 럭비가 정식 종목이 됐습니다.


럭비(유니온)는 크게 7인제와 15인제로 나뉩니다. 7인제는 15분(전.후반 각 7분, 하프타임 1분)이면 승부가 끝납니다. 15인제는 40분×2+10분으로 총 90분입니다. 15인제는 8명이 스크럼을 짜고 7인제는 3명이 짭니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규칙은 사실상 똑같습니다.



ESPN은 뉴잉글랜드에서 에브너에게 휴직을 보장하자 "(팀 애칭) 패트리어츠(patriots·애국자들)에서 진짜 애국자를 배출했다"고 평했습니다. 미국럭비협회(USA Rugby)와 대표팀에서도 감사 인사가 뒤따랐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럭비는 8월 6~11일 열리는데 에브너는 모든 일정을 소화한 뒤 다시 뉴잉글랜드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에브너는 "아직 대표팀에 내 자리가 확실하게 보장된 건 아니다. 나 역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그래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라면서 "뉴잉글랜드 팀과 조국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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