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프로배구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이 열립니다. 올 시즌에는 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정규리그 1위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물리치고 올라온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이 맞붙습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 남자부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팀. 2년 연속 도전자로 챔피언전을 치르는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공격적인 서브로 첫 경기에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캐피탈 역시 강력한 서브로 맞불 작전을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받는 것보다 넣는 게 중요
OK저축은행은 리그에서 서브를 가장 강하게 때리는 팀입니다. 정규리그 때 세트당 서브 에이스가 1.62개였는데 이는 2위 KB손해보험(1.33개)하고 비교해도 21.5% 많은 숫자입니다.
플레이오프 때는 이 숫자를 2.1개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또 정규리그 때 상대 팀에서 OK저축은행 서브를 정확하게 받아낸 건 41.3%밖에 되지 않았는데 플레이오프 때는 37.0%로 더 좋아졌습니다. 플레이오프 파트너였던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이 괜히 서브 리시브 타령을 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삼성화재하고 달리 현대캐피탈은 OK저축은행 서브를 잘 받는 게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어차피 못 받기 때문입니다. 현대캐피탈은 OK저축은행을 상대한 6경기에서 리시브 성공률 38.8%에 그쳤습니다. 6개 상대 팀 중 가장 나쁜 기록입니다.
현대캐피탈이 OK저축은행에 이기고 지는 것도 서브 리시브에서 갈리지 않았습니다. 질 때 40.3%, 이길 때 37.9%로 오히려 진 경기에서 리시브는 더 잘 받았습니다. 물론 흐름에 따라 신동광(27)까지 투입해 '원포인트 더블 리베로' 체제를 구축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5라운드 맞대결 때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받는 데 목을 맬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현대캐피탈도 서브를 강하게 넣는 걸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현대캐피탈은 서브가 강한 팀은 아닙니다. 상대 팀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딱 50.0%로 5위, 서브 득점도 세트당 0.99개로 5위입니다.
OK저축은행을 상대로는 서브를 더 못 넣었습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리시브 성공률 51.4%를 기록했는데 6개 상대 팀 중 제일 좋은 기록입니다. 전체적으로 봐도 리그에서 OK저축은행보다 현대캐피탈 서브를 잘 받은 팀은 한국전력(54.7%) 한 팀뿐입니다.
OK저축은행은 현대캐피탈과 반대로 잘 받을 때 이겼습니다. OK저축은행이 이긴 두 경기에서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54.8%였습니다. 반면 패한 네 경기에서는 49.8%였고 아직 '스피드 배구'라는 틀이 잘 잡히지 않았던 첫 경기를 빼면 43.5%로 더 내려갑니다.
결국 현대캐피탈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을 꺾으려면 서브부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합니다. 세트당 서브 에이스 0.29개로 나란히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린 문성민(30·그림)과 오레올(30)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 미들 블로커(센터) 두 선수 역시 자신있는 서브가 필요합니다. 고무적인 건 전체적으로 현대캐피탈은 18연승을 기록한 후반기(4~6라운드) 때 세트당 서브 에이스가 1.18개(3위)로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서브를 잘 받으면…
상대팀 특성에 따라 전술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게 당연한 일. 우리 강점을 키우면서 상대 약점을 파고들어야 하니까요. 배구는 특히 공격 옵션에 변화를 주는 일이 많습니다.
이 점에서 현대캐피탈은예 예외였습니다. OK저축은행을 상대할 때나 다른 팀하고 맞붙을 때나 큰 차이는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리시브가 흔들려도 공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현대캐피탈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라는 게 원래 리시브가 흔들리는 걸 전제로 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론입니다.
그럼 리시브가 가장 안정적으로 올라왔을 때 OK저축은행은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요? 여기서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중간에 OK저축은행 세터가 바뀌었다는 것. 1~4라운드 맞대결 때는 이민규(24)가 공격을 조율했지만 나머지 두 경기 그리고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곽명우(25)가 공을 띄우게 됩니다. 한 번 다 같이 비교해 보실까요?
▌OK저축은행 정규리그 공격 시도 분포
상대 | 오픈 | 후위 | 퀵오픈 | 속공 | 시간차 | 이동 |
나머지 5개 구단 | 28.8% | 26.0% | 17.8% | 21.0% | 6.0% | 0.4% |
현대캐피탈 5~6R | 23.7% | 25.6% | 30.8% | 17.9% | 1.9% | 0.0% |
현대캐피탈 1~4R | 24.9% | 24.9% | 18.8% | 25.2% | 5.9% | 0.3% |
현대캐피탈 합계 | 24.6% | 25.1% | 22.4% | 23.0% | 4.7% | 0.2% |
일단 리시브가 되니까 오픈 공격이 줄어듭니다. 예전에도 본 것처럼 이민규는 이를 주로 속공으로 띄웠는데 곽명우는 퀵오픈으로 보냅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보냅니다.
이건 달리 말하자면 송명근(23·그림) 활용도가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시몬(29)보다는 송명근이 더 퀵오픈이 익숙한 선수니까요. 실제 퀵오픈 점유율에서도 송명근(45.6%)가 시몬(22.8%)에 앞서 있습니다. 현대캐피탈하고 대결할 때는 송명근이 전체 퀵오픈 중에서 50.4%를 책임졌습니다. 게다가 정규리그 때 26.3%였던 공격 점유율은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는 30.2%로 14.8% 올라온 상태입니다.
곽명우가 플레이오프 때는 정규리그(20.6%)보다 많은 22.1%를 속공에 할애한 건 사실. 그래도 세트당 블로킹 2.74개(1위)를 기록한 현대캐피탈의 높이를 감안하면 곽명우가 갑자기 이민규 수준으로 속공을 많이 쓰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날개 쪽으로 빠르게 공을 쏘기 힘들도록 만드는 게 현대캐피탈에 중요할 겁니다. 그 방법은 역시나 서브죠.
특히 시몬이 오픈 공격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민규가 주전 세터로 나섰을 때 그러니까 5라운드 두 번째 경기까지 시몬은 오픈 공격 시도 중 43.1%를 상대 코트에 꽂아 넣었습니다. 그 뒤로는 37.7%로 떨어진 상황. 플레이오프 때는 32.0%로 더 떨어졌습니다. 정규리그 때 39.2%였던 공격 점유율이 46.8%까지 올라왔으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됐을 겁니다.
물론 이런 '큰 경기'에서는 현대캐피탈도 공격 효율 1위 오레올을 좀더 쓸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절반 수준까지는 아닐 겁니다. 오히려 휴식을 취한 문성민이 얼마나 큰 공격을 맡아 처리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역시나 서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