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 곽승석(28·사진)은 16일 경기 때 동료 선수들과 다른 색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안산 방문 경기라 동료들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는데 곽승석은 흰색을 입고 뛰었습니다. 배구에서 팀원들하고 다른 색깔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설 수 있는 건 수비 전문 선수 리베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국가대표 레프트 출신 곽승석이 리베로로 변신한 겁니다.
올 시즌 현재 2위 대한항공은 이날 경기 전까지 4라운드 들어 2승 2패로 주춤한 상태였습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서브 리시브 불안을 그 이유로 꼽았고, 리시브가 좋은 '윙시리버' 곽승석을 아예 리베로로 쓰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기록을 보면 3라운드 때까지 리시브 성공률은 52.4%였고, 4라운드 네 경기서는 54.7%이기는 했습니다.) 일단 이날 곽승석은 서브를 7개 받았는데 '리시브 정확'은 한 개도 없었습니다.
김 감독은 "승석이가 경기력이 떨어져 있어 코트에서 오래 뛰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리베로를 맡기게 됐다.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는데 팀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해줬다. 희생해줘 고맙다"며 "다른 선수들이 승석이를 위로해주면 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곽승석은 올 시즌 '샛별' 정지석(21·사진)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채 주로 웜업존을 지켰습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 보니 지난해 42.3%나 됐던 리시브 점유율은 9.8%까지 내려왔습니다. 공격 점유율도 13.4%에서 3.5%로 내려 왔습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곽승석으로서는 참 아쉬운 시즌을 보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5월 결혼도 했는데 올 시즌 성적이 나지 않아 아쉬었겠죠.
그런데 정지석이 잘해도 너무 잘합니다. 정지석은 올 시즌 상대 서브 47.1%를 받고 있고,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띄우는 비율도 60.5%나 됩니다. 리그 전체에서도 한 세트에 서브를 가장 많이 받는(5.6개) 선수가 정지석입니다. 공격 역시 최고 수준입니다. 공격 효율 .383은 공격 시도가 250번이 넘어 가는 선수 중에서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괜히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현 단장)이 '제2의 석진욱(40·현 OK저축은행 코치)'으로 키울 생각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겁니다.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공격 효율 톱10
순위 | 선수 | 구단 | 공격 시도 | 공격 효율 |
1 | 오레올 | 현대캐피탈 | 755 | .475 |
2 | 모로즈 | 대한항공 | 305 | .443 |
3 | 김학민 | 586 | .428 | |
4 | 시몬 | OK저축은행 | 902 | .415 |
5 | 서재덕 | 한국전력 | 318 | .409 |
6 | 정지석 | 대한항공 | 405 | .383 |
7 | 그로저 | 삼성화재 | 1000 | .356 |
8 | 송명근 | OK저축은행 | 629 | .353 |
9 | 문성민 | 현대캐피탈 | 650 | .348 |
10 | 김요한 | KB손해보험 | 654 | .343 |
※16일 현재
철저하게 곽승석 관점에서만 생각해 보면 팀 주전 리베로 최부식(38)이 늙어가고 있다는 게 비빌 언덕이겠죠. 최근 세 시즌 최부식의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60.1% → 57.4% → 53.9%로 해마다 내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리그 전체 트렌드가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대 득점을 막아내는 디그 역시 지난 시즌 2.5개에서 올 시즌 1.8개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그러니 팀 사정상 대한항공에서 FA 곽승석을 잡고 아예 리베로 전향을 권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는 곽승석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서 서브 에이스, 블로킹, 후위 득점을 모두 3개 이상 성공)을 기록할 만큼 다재다능했던 윙시리버가 사라지는 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곽승석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