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철인' 가네모토 도모아키(金本知憲·47·사진)가 일본 프로야구 한신 감독 자리를 맡게 됐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신은 17일 가네모토가 차기(제 33대) 감독 취임 요청을 수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992년 히로시마에서 데뷔한 가네모토는 2003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한신 유니폼을 입은 뒤 2012년 은퇴할 때까지 줄곧 고시엔(甲子園) 구장을 안방으로 썼습니다. 


가네모토가 철인(鐵人)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건 1999년 7월 21일부터 2010년 4월 17일 경기까지 1492경기(1만3686이닝)에 무교체로 출전했기 때문. 이는 칼 립켄 주니어(52)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서 세운 903경기(8243이닝)를 뛰어 넘는 세계 최고 기록입니다. 가네모토는 2004~2010년 일본 최고 기록인 880 경기 연속 4번 타자 선발 출장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2000~2001년 1002타석 연속 무(無)병살타 기록 역시 일본 최고 기록입니다. 통산 기록은 타율 .285, 476홈런, 1521타점.


한국 팬들에게 가네모토는 재일교포 3세 출신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여성과 결혼한 현재는 일본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합니다. 보통 한국 언론에서는 일본 이름을 한국식으로 읽은 김지헌을 한국 이름이라고 소개하는데,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은 출처 없이 소년 시절에 박성(博成)에서 지헌으로 개명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 4년째 한신 지휘봉을 잡고 있던 와다 유타카(和田豊·53) 감독은 끝내 DTD(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8월말까지 한신은 센트럴리그 선두였지만 9월 들어 부진에 빠지면서 팀이 리그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자 용퇴를 발표한 것이죠. 최종 성적은 70승 2무 71패(승률 .496)으로 3위. 와다 감독 역시 교타자로 이름을 떨쳤던 한신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었습니다. 커리어 내내 한신에서만 뛰었으니 아예 '성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재미있는 건 한신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 감독을 맡으면 팀이 몰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거꾸로 다른 팀 출신이 오면 성적이 좀 납니다. 한신이 18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03년 이 팀을 이끌고 있던 인물 역시 주니치 출신 호시노 센이치(星野仙一·68) 감독이었습니다. 과연 한신 팬들이 '아니키(兄貴·형님)'이라고 부르는 가네모토는 이 징크스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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