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계속 있었더라도 살 쪘을 거예요."
프로야구 넥센 양훈(29·사진)이 11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2차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훈은 전날 열린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서 5와 3분의 1이닝 동안 1실점했습니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 데뷔전 치고는 확실히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죠.
양훈을 보려고 잠실 3루측 더그아웃 뒤편 복도를 가득 채울 만큼 기자들이 몰린 게 당연한 일. 지나가던 팀 선배 이택근(35)이 "양훈, 너 메이저리그 가냐"고 물을 정도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손혁 넥센 투수 코치도 "어제 그렇게 애매하게 던졌는데 인기는 많다"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이미 양훈 본인이 "6회를 마무리하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다음에는 길게 던지겠다"고 말한 다음이었습니다.
양훈은 계속해 "내가 잘 던진 것보다 팀이 진것만 기억 난다"고 말했습니다. 양훈은 이 경기서 6회 1사 1, 2루 때 손승락(33)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 왔습니다. 손승락마저 7회 동점을 내주며 흔들렸고 결국 포스트시즌 때 넥센 마무리를 맡게 된 조상우(21)가 8회부터 출전해야 했습니다. 조상우가 9회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 들었고, 넥센은 결국 두산 박건우(25)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3-4로 졌습니다.
양훈은 4월 8일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습니다. 넥센 코칭스태프에서 마련한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열심히 따라했지만 언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양훈은 "처음에 넥센에 와서는 적응이 어려웠다. 대전에 있다가 올라왔으니까 아무래도 서울 생활도 낯설었다. 또 한화로 트레이드 된 선수들은 잘하는데 나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사실 올 시즌에는 (복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포스트시즌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면서 "공을 던질 때 팔 각도고 높아졌다. 그 덕에 슬라이더 각이 더 좋아졌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폼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기자들이 '몸무게가 다시 늘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자 '한화에 계속 있었어도 살이 졌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양훈은 '투수는 몸집이 커봤자 좋을 게 없다'는 김성근 한화 감독 지론에 따라 몸무게를 10㎏ 정도 줄였다가 현재는 원래 몸무게(104㎏)로 돌아온 상태. 양훈은 "아무래도 나는 몸무게가 나가야 공을 더 잘 던지는 것 같아 (김) 감독님 몰래 몸을 키우던 중 팀을 옮기게 된 것"이라며 웃었습니다.
사실 이 경기 1회에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2아웃을 잡아 놓고 볼넷 2개와 안타를 내주며 2사 만루로 경기를 시작하게 된 것. 양훈은 "1호ㅚ에 제구가 많이 흔들려 고전했다. 마운드에 올라온 손혁 투수코치님 말씀을 듣고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며 "그런데 정작 무슨 말씀을 해주셨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손 코치는 "(처음 트레이드 했을 때) 양훈은 키(192㎝)가 워낙 크고 몸쪽 공과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니까 잘할 거라고 믿었다"면서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두산 니퍼트(34)를 상대로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줬다. 투수는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면 더 잘하게 돼 있다. 양훈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 던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훈 역시 "내년에 더 잘해야 한다. 팀에 보탬이 되겠다. 코치님 말씀 듣고 연습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넥센은 뒤지고 있는 상대로 4차전이 열리게 되면 양훈을 다시 선발 투수로 내보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