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원래는) 프로야구 넥센이 잘 나갈 때만 쓰는 히어로즈 노우트입니다. 목동구장 전광판 이닝별 점수 칸에 처음으로 A를 찍고, 0-8로 뒤지던 경기를 9-8로 뒤집어 에이스 지키기에 성공하는 등 최근 10경기에서 7승 1무 2패(승률 .778)면 잘 나가는 게 맞겠죠? 게다가 십진법을 쓰는 세상에 살면서 시즌 10주차가 지났으니 한번 낙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 일단 김대우(27) 칭찬부터. 김대우는 지난 주에 7과 3분의 2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2안타마저 일요일 경기에 맞은 것. 그만큼 주중 경기에서는 완벽한 모습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괜히 흑마술사 될지 모르니 여기까지.



• 거꾸로 문성현(24)은 도대체 어찌해야 할까요? 제가 느끼기에 문성현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썩 좋은 투수는 못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계속 '칠테면 치라'고 던지다 얻어 터지고, 그 다음에는 잔뜩 쫄아서 볼넷을 남발하지는 않겠죠. 



차라리 가끔씩 뜬금 호투를 선보이지 않으면 속을 편할 텐데, 정말 팬들은 낚는 데는 최고입니다. 경험이 쌓이면 나아질까요? 강윤구(25) 군대 갔다고 한 시름 놓고 있었더니 문성현을 보고 있으니 또 뒷목을 잡게 됩니다. 



• 김동준(23)도 점점 문성현하고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잠깐 퀴즈 아닌 퀴즈를 풀어보시죠. 김동준이 2스트라이크를 잡아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그러면 다음 공은 뭘 던질까요? 네, 아시는 대로 브레이킹 볼입니다. (제가 보기엔 커브 비율이 더 높은 듯.) 1군 무대서 타자들을 압도할 구위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셋업 피치'라는 개념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인 것. 그래도 아직은 배워가는 단계니 일단은 더 참고 기다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김영민(28)은 기대치가 딱 여기까지 여서 그런지 별로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이유입니다. 시즌은 길고 그때 그때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골라 쓰는 게 감독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번 노우트를 쓸 때 찬양했던 송신영(38)이 그때만 못하지만 송신영 덕에 잡은 경기를 생각해야지 '왜 그때처럼 못 던지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삭발 쇼'를 한 뒤 조금 살아난 것 같지만 그래도 미리 인사. '영민아, 시즌 초반 몇 주는 정말 고마웠다.'



• 밴헤켄(36)은 그냥 '털리는 경기도 있는 법이지'로 넘어가고, 피어밴드(30)도 만족스런 수준입니다. 한현희(22)는 다른 것보다 일단 선발로 뛰면서 지친 게 커 보이는 상황. 염경엽 감독이 등판 일정을 조정한 게 도움이 되기를…  



타선에서 제일 칭찬할 선수는 역시 스나이더(33). 지난 주에 .385/.448/.846, 4홈런, 11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염경엽 감독이 "우리 팀에 제대로 된 외국인 타자 하나만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른 팀 다 죽어요"하고 얘기했는데 바로 그 외국인 타자가 생긴 1주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구종별로 장단점이 분명한 건 사실. 확실히 상대 투수가 빠른 볼로 승부해야 할 때는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는 .300/.400/.533으로 아주 좋습니다. (물론 타자 대부분이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는 타격 성적이 올라갑니다.) 2루에만 있을 때는 .167/.259/.208로 안 좋고요.


그러니 상대 매치업에 따라 타순을 잘 조정해줘야 스나이더를 살릴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일단 3번 타순에서 .306/.358/.653으로 제일 좋은데, 이건 타격감이 좋을 때 3번 타순에 배치한 사정도 있으니 그때그때 유연한 타선 조정이 필요하겠죠?



• 거꾸로 윤석민(29)은 문제입니다. 지난 주 타격 라인은 .150/.292/.200이 전부. 다른 게 있겠습니까. 지친 거죠. 사실 5월에도 .247/.337/.455로 다소 힘이 달리는 티를 냈습니다. 이 정도면 퓨처스리그(2군)에 내려 휴식을 주는 게 맞아 보입니다. 대신 2군에서 기록이 좋은 선수들 테스트해 보고요. 어차피 이번 주말 경기부터 서건창(26)이 아마도 지명타자 슬롯으로 돌아올 테니 자리도 납니다.



• 박병호(29)는 참 애매한 성적을 냈습니다. 박병호는 현재 리그에서 헛스윙(157개)이 가장 많은 타자입니다. 홈런이 따라 오면 헛스윙이나 삼진이야 부산물이라고 보면 되는 것. 그래도 자꾸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하는 모양새는 뭔가 불안한 게 사실. 5번 타순에서 유한준(34)이 펄펄 날아다니는데 무엇에 그리 쫓기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 이번 주에는 KIA하고 kt를 만납니다. 기회를 잘 잡으면 여태 버틴 걸로 승부수를 던져볼 수도 있는 반면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그러려면 한현희가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할 겁니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이라면 이번 주에 두 번 선발로 나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한현희는 현재 왼손 타자 상대 OPS .915로 왼손 타자를 롯데 최준석(OPS .913)으로 만들어주고 있는데 해법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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