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두산 니퍼트(34·사진)는 지난해 도루 27개를 성공시켰습니다. 프로야구에서 제일 많은 기록입니다. 도루 성공률도 77.1%로 나쁘지 않았고, 견제사로 죽은 적도 없습니다. 안타도 186개(6위)나 때려냈습니다. 이 정도면 어느 팀에 데려다 놓아도 1번 타자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성적입니다.


물론 니퍼트는 투수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이런 기록을 올린 건 아닙니다. 니퍼트를 상대한 타자들 기록이죠. 말하자면 니퍼트는 상대 타자를 '1번 타자 스타일'로 만든 셈입니다. 니퍼트하고 같은 팀에서 뛰는 유희관(29)은 상대 타자에게 안타를 202개나 내줬습니다. 타자 중에서 안타를 가장 많이 친 넥센 서건창(26)보다도 한 개 많은 기록. 역시 1번 타자에게 어울립니다. 이런 식으로 2~9번 타순에 가장 어울리는 투수를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2번 타자는 역시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희생번트를 잘 대야 좋은 2번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유먼(36)은 지난해 롯데에서 희생번트 20개를 내줬습니다. 지난해 1군 경기에서 공을 단 1개라도 던진 투수 211명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이 정도면 2번 타자 자리를 꿰차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3번 타순에는 한화 송창현(26)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지난해 송창현은 상대 타자들이 OPS(출루율+장타력) .973을 기록하게 만들어준 투수였습니다. 타자였다면 리그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송창현은 또 삼진을 30개 잡는 동안 볼넷 60개를 내주면서 상대 타자들이 선구안도 길러줬습니다. 이렇게 '눈 야구'가 가능한 선수가 3번에 포진한다면 상대 투수들은 피곤하겠죠?


각각 4번에는 한화 이태양(25), 5번에는 SK 채병용(33)이 제격입니다. 홈런 때문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해 나란히 홈런 27개를 허용하며 '홈런 공장장' 자리를 나눠가졌습니다. 타자 기록 중 타점과 비교할 수 있는 실점에서 이태양(100점)이 채병용(94점)에 앞선 게 4번 타자 영광(?)을 차지한 이유입니다.


6번 타순 역시 또 한번 한화 차지. 주인공은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한 안영명(31)입니다. 지난 시즌 안영명을 상대한 타자들은 OPS .800을 기록했는데 6번 타순으로 선발 출장한 선수들 OPS도 똑같이 .800이었습니다. 7번 타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장원준(30·전 롯데)에게 맡기면 됩니다. 장원준의 피안타율(.273)과 7번 타자들 평균 기록이 똑같았습다.


8번은 경기 중 선수 교체가 가장 잦았던 타순입니다. 지난해 교체 선수들 OPS(.681)하고 가장 비슷한 성적을 거둔 건 밴헤켄(35)이었습니다. 그는 OPS 0.687로 상대 타자를 틀어 막았습니다. 밴헤켄은 또 주로 9번 타순에 들어서는 포수들(.677)하고도 엇비슷한 성적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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