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메이저리그 보스턴 안방 구장 펜웨이 파크에 내건 영구 결번 리스트. 왼쪽부터 보비 도어(1번), 조 크로닌(4번), 조니 페스키(6번), 칼 야스트렘스키(8번), 테드 윌리엄스(9번), 짐 라이스(14번), 칼튼 피크스(27번).


보스턴이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44)가 달았던 등번호 45번을 영구 결번하기로 했습니다. 보스턴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맞붙는 다음 달 28일 안방 경기에 앞서 영구 결번식을 열기로 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발표했습니다. 마르티네스가 2004년 뉴욕 메츠로 이적한 뒤 보스턴에서 등번호 45번을 선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영구 결번 상태였던 거죠.


보스턴에서 등번호를 영구 결번한 건 이번이 아홉 번째. 이 중 메이저리그 전체 영구 결번인 재키 로빈슨(1919~1972)을 제외하면 일곱 명 모두 보스턴에서 10년 이상 뛰었습니다. 마르티네스는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게 10년이 안 되는 데 펜웨이 파크에 등번호가 걸리는 첫 번째 선수가 됩니다. 마르티네스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년 동안 보스턴에서 뛰었습니다. 


이로써 보스턴은 영구 결번 기준을 또 하나 폐기하게 됐습니다. 원래 보스턴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 중에서 △10년 이상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고 △커리어 마지막 팀이 보스턴인 경우만 등번호를 영구 결번했습니다. 그러다 기준을 누그러뜨리면서 점점 영구 결번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폐기한 건 마지막 조항. 보스턴은 2000년 피스크(68)가 쓰던 27번을 영구 결번하면서 그하고 하루짜리 특별 보좌역 계약을 맺었습니다. 화이트삭스에서 은퇴한 피스크가 '기술적으로' 보스턴에서 커리어를 끝낼 수 있도록 하는 조치였습니다. 사실 피스크는 메이저리그에서 24년 동안 활약하면서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13시즌 동안 입었지만 현재까지도 보스턴에서 피스크보다 포수 출장 경기(990경기)가 많은 선수는 없습니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 기준은 2008년 페스키(1919~2012)가 쓰던 6번을 영구 결번하면서 유명무실하게 됐습니다. 페스키는 선수로는 7시즌 반만 보스턴에서 뛰었지만 스카우트, 인스트럭터, 코치, 감독 시절까지 포함하면 총 21년간 보스턴과 '공식 계약 관계'였습니다. 아예 별명이 '미스터 레드삭스'였죠. 펜웨이파크 1루쪽 파울라인 끝에 서 있는 파울폴대 별명이 '페스키폴'이었으니 보스턴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르티네스에게도 이렇게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사실 필라델피아에서 은퇴했고 보스턴에서 10년 이상 뛰지도 못했다고 해도 마르티네스가 아니면 그 누가 보스턴에서 영구 결번될 자격이 있단 말입니까. '밤비노의 저주'란 정말 지겹고 또 지겨운 녀석이었고, 마르티네스가 아니었다면 그 저주가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존 헨리 보스턴 구단주는 영구 결번 소식을 전하면서 "마르티네스가 이룬 업적만이 아니라 활발한 성격, 야구에 대한 사랑, 겸손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품, 열정, 경쟁심, 리더십 등은 많은 야구팬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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