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진심으로 남지연(32·IBK기업은행·사진)이 최우수선수(MVP)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MVP로 뽑히기는 힘들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인터뷰를 하기 전 "혹시 MVP 투표에서 한 표가 나오면 제 표예요"하고 얘기했는데 정말 한 표가 나왔습니다. 2012~2013 프로배구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때 얘기입니다. 이 인터뷰 두 달 뒤 남지연은 '새댁'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배구 공을 받는 직업이 달라진 건 아닙니다. 국가에서도 여전히 그를 부릅니다. 남지연은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리고 있는 2015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선수 중 '유부녀 국가대표'는 남지연이 유일합니다.
남지연은 "시즌 내내 떨어져 있었는데 한 달 만에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왔다. 거의 무늬만 부부"라며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 때문에 이번 대표팀 합류를 망설였다. 그러자 남편이 '국가가 부를 때 더 헌신하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고 충고해 오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리베로는 잘해야 본전인 직업. 공격수들보다 크게 주목받지도 못하는 일도 흔합니다. 위에 말씀드렸던 2012~2013 시즌 챔피언 결정전 때도 MVP는 알레시아(28·우크라이나) 차지였습니다. 챔피언 결정전 4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140점을 올린 공로였습니다.
그래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정철 감독은 "남지연이 '네트 밑 배구'를 책임지지 못하면 강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꼼꼼한 수비와 안정적인 리시브 없이는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남지연은 "우리 대표팀은 키도 크고 좋은 공격 자원 갖췄다. 리시브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 이러한 공격 조건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며 "'손해 보는 경기를 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대표팀은 팬들 질타도 많이 받는 고된 자리다. 그래도 '언제나 내 편'이라는 남편이 있어 든든하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