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심판 판정이 문제였습니다. 프로야구 LG 오지환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화 김응용 감독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김 감독은 7일 대전 경기서 6회말 공격이 끝난 뒤 퇴장당했습니다. 심판 합의판정이 나온 직후였습니다.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이 어필한 건 판정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필드플라이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김 감독 말이 맞습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한화가 1-2로 뒤진 1사 1, 2루에서 김태완이 유격수 방면으로 높이 치솟은 뜬공을 쳤습니다. 이때 오지환은 공을 잡지 않고 일부러 떨어뜨려 땅볼을 만들었습니다. 심판 누구도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은 빈틈을 노렸던 겁니다. 야구 규칙 2.04 [주]는 "인필드 플라이는 심판원이 선고하여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분명히 못 박고 있으니까요.
오지환은 공을 주워 2루로 던졌습니다. 이건 평범한 땅볼 타구하고 마찬가지니까 1루 주자였던 김태균이 죽었습니다. 그 사이 3루로 뛰던 2루 주자 송광민이 협살에 걸렸지만, 우여곡절 끝에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LG 양상문 감독이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고, 결과는 아웃으로 나왔습니다. 이때 김 감독이 항의하러 나왔다가 최수원 구심에게 퇴장 명령을 받은 겁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오지환이 공을 떨어뜨린 건 '고의낙구'인가? 물론 오지환이 일부러 공을 떨어뜨린 건 99.9% 사실일 겁니다. 다만 고의낙구를 규정한 야구 규칙 6.05(l) 어디에도 심판이 야수 생각을 예상해 판정을 내리라고 나와 있지 않습니다.
(l)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루, 1․ 2루, 1․ 3루 또는 1․ 2․ 3루일 때 내야수가 페어의 플라이 볼 또는 라인 드라이브를고의로 떨어뜨렸을 경우 (타자는 아웃이다.) 이때는 볼 데드가 되어 주자는 원래의 베이스로 돌아가야 한다.오히려 [부기]와 [주1]에 따르면 고의낙구가 아닌 상황이었고, 타자 주자 김태완도 아웃을 당한 필요와 이유가 없던 상황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지환이 고의낙구를 범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부기] 인필드 플라이 규칙이 적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내야수가 타구에 닿지 않은 채 그대로 땅에 떨어뜨렸을 때는 타자는 아웃이 되지 않는다.
[주1] 이 항은 쉽게 잡을 수 있는 플라이 볼 또는 라인 드라이브를 내야수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한 손 또는 두 손으로 닿은 뒤 고의로 떨어뜨렸을 경우에 적용된다.
[주2] 투수, 포수 및 외야수가 내야에서 수비를 하였을 경우에도 이 항의 내야수와 같이 취급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외야에 위치한 내야수는 제외된다.
두 번째 질문은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은 심판 판정은 옳은가?'입니다. TV 중계진은 2루심 이기중 심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내야를 벗어났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전에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세인트루이스 경기 사례를 가지고도 말씀드렸지만 야수가 공을 처리하는 위치는 인필드 플라이 선언하고 관계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야구 규칙 2.04 [원주]에 답이 들어 있습니다.
[원주] 심판원은 인필드 플라이 규칙을 적용할 때 내야수가 보통의 수비로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하며, 잔디선이나 베이스 라인 따위를 임의로 경계선으로 설정하여서는 안 된다.결국 이 심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은 건 김태완이 때린 타구를 오지환이 '보통의 수비로' 처리하지 못했으리라고 봤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김 감독이 나와 '이게 어째서 인필드 플라이가 아니냐'고 항의했던 거죠.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심판진은 "'바람이 불어서'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공격팀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려고 인필드 플라이 규칙이 존재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정말 황당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최 구심 퇴장 명령은 옳았을까요? 같은 원주에는 "인필드 플라이는 결코 어필 플레이가 아니다. 심판원의 판단은 절대적이며 그 결정은 즉각 내려져야한다"는 문장도 들어 있습니다. 합의판정을 시작했지만 자기들 권위만 앞세우는 풍토(?)를 이번에도 앞세웠던 겁니다. 물론 김 감독이 욕한 건 잘못한 일. 하지만 심판들도 욕 먹을 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