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신나게 놀 기회가 생겼습니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감독 박종욱)이 또 한번 일본을 꺾은 겁니다. 한국은 2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다구장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세계선수권대회) 국제그룹 결승전에서 일본을 12-3으로 꺾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25일 미국 그룹 챔피언 잭키 로빈슨 웨스트 리틀리그 팀(시카고)과 마지막 결승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다 같이 기뻐할 내용. 그런데 리틀야구 대표팀 통역으로 참가한 이알참 서울대 야구 아카데미 사무국장은 자기 페이스북에 "경기후 인터뷰 이후 정리하고 올라와 보니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한일전이니 애국심이니 하며 포장을 통해 부담을 지우고 있을때 방금 전까지 적으로 싸우던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친구가 되어 티셔츠를 바꾸어 입으며 놀고 있었습니다"하고 썼습니다. 그 뒤 "이게 야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승부하고 끝나면 친구가 되는 그런 무언 어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날 미국 그룹 준결승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표로 나온 태니 리틀리그 팀(필라델피아) 카이 커밍스가 5회초 1점 홈런을 때렸습니다. 6-5로 추격하는 홈런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상대팀 시카고 1루수 트레이 온두라스가 손을 뻗어 하이파이프를 건넨 겁니다.
학창시절 체육 시간에 배운 걸 떠올려 보면 체육을 정의한 낱말 중 '스포츠'를 차별화하는 요소는 경쟁과 배타성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포츠맨십'을 이야기할 때는 분명 '인간성'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 리틀리그 선수들이야 말로 인간이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라는 사실을 너무도 멋지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게 분명 촌스런 애국심이나 민족주의보다 앞에 오는 개념일 겁니다.
민족주의는 신경병처럼 피할 수 없는 현대 발전 이론의 병리학이다. 신경병처럼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여차하면 백치로 전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세계에 떠맡겨진 무력감이라는 딜레마에 뿌리를 두었으며, 사회적으로는 유아주의와 동일한 것으로서, 대체로 치유할 수 없는 것이다. - 톰 네언 주장을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에서 재인용국내에도 '배타성'을 뛰어 넘은 리틀 야구팀이 있습니다. 주로 인천에서 활약하는 리틀야구 팀 '논현 돌핀스'는 새터민(탈북자) 자녀 절반, 원주민 자녀 절반으로 이뤄진 팀입니다. 어른들이 나와 다르다고 서로 반목하는 동안 이들이 먼저 교류 물꼬를 터 화합 촉매가 됐습니다.
이 친구들이 거창하게 남북화합을 목적으로 야구장에서 달리고 치고 던지는 건 아니겠죠.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국위선양 같은 거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신나게 놀다가 와주기를… 예전 이 기사에서처럼 이렇게 촌스럽게 못 노는 친구가 한 명도 없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