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29일 마산 경기에서 참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습니다. LG 박용근이 2-3으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자체 홈스틸'을 단행한 겁니다. 그 바람에 타석에 있던 최경철이 공을 치고 걸려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게 계시더군요. 그러니까 공보다 주자가 먼저 들어오면 세이프가 아니냐는 의견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아니오'입니다. 2아웃이었기 때문입니다. 야구 규칙 4.09(a)[원주]에 그 이유가 분명하게 나와 있습니다.

 

타자주자가 1루에 닿기 전에 아웃되고 그것이 제3 아웃일 때는 다른 주자가 그 아웃이 이루어지기 전 또는 그 아웃이 이루어지는 동안 본루에 닿았다면 득점은 기록되지 않는다.

 

사실 야구 좀 보신 분이라면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는 내용인데 상황이 묘하다 보니 괜히 헷갈리는 상황일 뿐입니다. 만약 2사 만루에서 3루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았더라도 타자 주자가 1루에서 살지 못했다면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하고 조금도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니까요.

 

규칙에 나와 있는 예를 조금 더 볼까요? 좀더 헷갈리는 이런 상황을 보면 박용근이 아무리 용을 써도 세이프가 될 수 없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1] 1사 2·3루. 타자의 안타로 3루주자는 쉽사리 본루에 닿았으나 2루주자는 본루에의 송구로 아웃되어 2아웃이 되었다. 그 사이 타자주자는 2루로 갔으나 1루를 공과(空過)했기 때문에 1루에서의 어필로 제3아웃이 되었다. 3루주자의 득점은?

☞ 타자주자가 1루에 닿기 전에 아웃되었고 이것이 제3아웃이므로 3루주자는 이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동안 본루에 닿았기 때문에 득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예2] 2사 만루. 타자가 홈런을 쳐서 4명 모두 본루를 밟았으나 타자가 1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어필로 아웃되었다.

☞ 이 경우 타자의 아웃이 1루에 닿기 전의 제3아웃이므로 모든 득점이 기록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 상황에서 박용근이 혼자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투지가 너무 앞서다 보니 경기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거죠. 물론 경향신문 이용균 기자님 말씀처럼 잃을 게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고 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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