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3일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에 있었는데 주변에 있던 기자들 전화기에 불이 나더군요. 이곳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챔프전 4차전 중계 때문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중계가 제 시각에 시작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농구하고 배구 인기가 얼마나 차이가 나게 됐는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확실히 요즘 대세는 배구입니다. 인터넷 매체 OSEN에서 "프로농구 시청률, 배구 앞질렀다"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프로농구(남자) 챔프전하고 프로배구 여자부 챔프전 시청률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한국농구연맹(KBL)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나온 기사겠죠. (전에도 썼지만 남을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꾀해야 다시 인기를 끌 텐에 아쉽습니다.)

KBL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시청률에서 프로농구는 프로배구하고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열린 3일 시청률을 볼까요? 프로배구는 프로농구는 물론 개별 경기로만 따지면 프로야구마저 앞서고 있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포스트시즌 경기는 모두 1%가 넘었습니다.

 종목  경기 시청률 중계사
 배구  현대캐피탈-삼성화재 1.06% 1
 농구  모비스-LG 0.49% 2
 야구  SK-LG 0.91% 1
 두산-넥센 0.83% 2
 NC-KIA 0.79% 1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시청률을 기준으로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는 평균 0.80%, 여자부는 0.51%를 기록했습니다. 생방송 녹화방송 재방송을 모두 합치면 프로배구 경기는 총 626회 전파를 탔습니다. 올 시즌 프로배구 경기가 총 209경기였으니 경기당 평균 3번 정도 중계된 셈입니다.

또 케이블TV 시청률 인기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시청률 1%를 넘은 경기 숫자는 지난 시즌 8경기에서 올해 23회로 늘어났습니다. 더 인상적인 건 하위권이었던 러시앤캐시와 한국전력 경기도 각 5번 1%를 넘겼다는 겁니다. 그만큼 순위 경쟁이 치열했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래도 여자부는 고민입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TV 인터넷 모바일 디지털미디어방송(DMB) 등 매체 다변화, 소치 겨울올림픽 영향에도 불구하고 남자부 시청률은 지난해 0.76%에서 소폭 상승해 매우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며 "반대로 여자부는 시청률이 23.9%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스타 선수가 적고 팀간 전력 차이가 커 고민"이라고 전했습니다.

프로배구가 뉴미디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한 점입니다. 보통 농구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고, 배구는 어르신들이 많이 본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네이버에서 순방문자수(UV) 911만599명을 기록할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숫자입니다. 물론 남자부는 경기당 5만1262명, 여자부는 3만4987명으로 또 남녀부 차이는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줄어든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프로화 10년을 맞은 올 시즌 총 41만6288명이 프로배구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2011~2012시즌 39만5853명을 뛰어 넘는 최고 기록입니다. 하루 평균 관중 3819명이었습니다. 700만 관중을 노리는 프로야구하고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지만 프로배구는 경기 숫자도 적고, 체육관도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구장별로는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안방으로 쓰는 천안 유관순체육관에 하루 평균 4444명이 찾아 최고 인기 구단임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니까 경기만 잘하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또 남자부 대한항공과 여자부 흥국생명이 같이 쓰는 인천 계양체육관에는 지난해보다 23.6% 늘어난 4만4541명이 찾아 상승률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두 팀은 도원체육관을 썼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이런 인기가 이어질까요?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 리그에도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게 국내 프로 스포츠 특징. 결국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야구로 배구 갈증을 덜며 지내렵니다. 물론 사실은 배구 덕에 야구 없는 겨울이 덜 지루하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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