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타율은 타자 성과를 측정하는 여러 지표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시상하는 타격 부문만 따져도 8개나 됩니다. 그런데도 KBO에서는 타율 1위에게 공식적으로 '수위(首位)타자'라는 고급 호칭을 붙여줍니다. 영어로도 타율 1위는 배팅 챔피언(batting champion), 즉 타격왕이죠. 그만큼 타율은 특별한 기록입니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수위타자에 가장 근접한 두 선수는 롯데 손아섭(25·사진 오른쪽)과 '라뱅' LG 이병규(39). 이병규가 규정 타석을 채운 이후 두 선수는 이틀 동안 1리 차이로 한 번씩 타율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2일 경기 전까지 현재 승자는 .344를 기록 중인 손아섭. 이병규는 .343으로 일단 2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3위 LG 이진영(.335)하고는 격차가 있어 타격왕은 두 선수 사이에서 결판날 확률이 높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손아섭이 유리합니다. 손아섭은 최근 5경기서 타율 .368(19타수 7안타)로 시즌 타율을 끌어올렸습니다. 남은 3경기가 모두 안방 사직구장에서 열린다는 것도 호재. 손아섭은 안방 타율(.354)이 시즌 전체 평균보다 높습니다.
반면 이병규는 같은 기간 .211(19타수 4안타)로 타율을 깎아 먹었습니다. 이병규는 9월 타율도 .267로 지친 기색을 드러냈고 있습니다. LG 역시 남은 3경기를 모두 안방 잠실에서 치르지만 이병규는 안방에서 .311로 약했습니다. 두산 원정까지 포함해도 잠실에서 타율 .327이 전부죠.
이미 규정 타석(396타석)을 넘긴 것도 손아섭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554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언제든 경기에서 빠져 타율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최다 안타(167개) 역시 2위 최형우(삼성)와 13개 차이라 여유가 있는 상황. 이병규(388타석)는 시즌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데다 팀 순위 다툼이 끝나지 않아 경기에서 빠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두 팀은 2009년에도 박용택(LG)과 홍성흔(당시 롯데)이 타격왕 경쟁을 벌였습니다. 결국 박용택(.372)이 0.0008 차이로 승자가 됐죠. 현재 두 선수 역시 0.0008 차입니다. 이 작은 숫자 하나에 누군가는 영원히 기록에 남을 2013년 타격왕이 되고 누군가는 잊혀진 2인자가 됩니다. 기록대로 손아섭이 1위 굳히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역시나 지방판 기사로 써둔 걸 블로그에 옮겨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