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지난달 말 서점에는 '김기태의 형님 리더십: LG 트윈스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라는 책이 풀렸습니다.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꿈꾸는 프로야구 LG의 김기태 감독(사진)을 소재로 기업 경영에서 리더십을 논한 책이죠. 저자 두 사람은 2장 제목을 "믿음의 야구,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달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일부 LG 팬들은 "김 감독이 믿어야 할 선수는 믿지 않고, 믿지 말아야 할 선수만 믿는다"고 혹평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팬들의 제일 큰 불만은 대주자 기용. 김 감독은 4일 경기 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대주자 10명을 썼습니다. 그 전 5경기에서 4명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대주자 기용이 2.5배 늘어난 거죠.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이 대주자 10명 중 4명이 도루 실패로 물러난 반면 득점에 성공한 건 2명밖에 안 됐으니까요.

게다가 대주자로 나선 선수는 원래 있던 선수보다 타격 실력이 떨어질 확률이 높죠. 대주자로 나왔다가 타석에 들어선 선수 또는 그 선수를 대신해 수비로 나왔던 선수에게 찬스가 걸려 득점 기회를 놓치기도 여러 번. 이 덕에 LG는 8, 9회 역전패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3일 경기에서도 대주자 이대형이 2루에서 견제사를 당한 게 결국 9회 역전패 빌미가 되고 말았죠.

그 다음 불만은 구원 투수 교체 타이밍입니다. LG는 류택현과 이상열이라는 왼손 원포인트 투수를 두 명이나 보유한 팀. 한 명도 없는 팀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호사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김 감독이 "왼손 타자에게는 왼손 투수"라는 법칙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잘 던지던 오른손 구원 투수를 내리고 이들을 기용하는 일이 너무 잦다는 거죠.

결과도 실패일 때가 많습니다. 류택현은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379나 되고 이상열 역시 .305로 3할이 넘습니다. 반면 오른손 투수 이동현은 왼손 타자 피안타율이 .175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도 이동현을 내리고 이 두 투수를 올리는 게 불만인 거죠.

물론 프로야구 감독은 성적으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올 시즌 LG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확률은 사실상 제로(0)입니다. 하지만 11년이나 가을야구에 굶주렸던 LG 팬들은 그 이상을 원하는 데 당연한 일. 저자들은 "형님은 회초리를 들지 않는다"고 했지만 LG 팬들은 김 감독에게 회초리를 들고 있습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