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광주 경기에서는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33·사진)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결과는 '멀뚱 삼진'. 국내 프로야구에서 투수는 타격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우리 프로야구는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명타자는 "투수를 대신해" 타석에만 들어서는 포지션입니다. 이날 LG 선발 타순표에는 이병규(9번)가 선발 투수 리즈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다고 돼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9회초 공격 때까지 이병규가 리즈에 이어 이상열, 정현욱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죠.
그런데 9회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1루수였던 문선재가 포수로 이동하면서 이병규가 1루 수비에 나서게 된 겁니다. 그러면 이병규는 '투수를 대신한다'는 지명타자 요건을 충족할 수가 없게 됩니다. 1루수를 하면서 투수를 대신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이럴 때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합니다.
야구규칙 6.10(b)⑤ⓐ 지명타자가 수비에 나갔을 때는 지명타자의 타순은 변경하지 않고 이와 관련된 교대에 따라 물러난 야수의 타순에 투수가 들어간다.이 규칙에 따라 봉중근이 원래 포수 타석이었던 8번 타순에 들어서야 했던 겁니다. 보통 감독들은 이럴 때 대타를 많이 씁니다. 투수하고 타자는 서로 쓰는 근육이 달라서 괜히 다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미 경기에서 역전한 상황, 마무리 투수를 대신해 다른 선수를 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타순을 건너뛸 수는 없으니 '서 있다가 들어오라'고 합의가 된 거겠죠.
아시는 분은 모두 아시겠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 중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언제까지 내셔널리그가 지명타자 제도를 거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