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애틀랜타도 1977년에 그랬습니다. 연패 시작은 4월 23일. 0-4로 뒤지던 경기를 4-4까지 쫓아갔지만 9회초 1사 1, 3루에서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4-6으로 패했습니다. 뭐, 야구에서 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이죠. 문제는 이날부터 내리 15경기를 더 졌다는 것.
1년 전 팀을 인수한 구단주 테드 터너(75·사진)는 분노했습니다. (네, CNN을 설립한 그 테드 터너 맞습니다.) 구단주가 화가 났을 때는 감독을 자르는 게 기본. 그런데 터너는 데이브 브리스톨 감독에게 휴가를 줬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감독으로 임명했습니다.
터너는 자기가 10게임 동안 감독을 맡기로 8페이지짜리 계약서를 쓰고 스스로 결재했습니다. 그리고는 등번호 27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방문 경기가 열리던 피츠버그 스리리버스스타디움 더그아웃 한 구석을 차지했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투수 코치 조니 사인이 "도대체 데이브는 경기 시작이 코앞인데 왜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거야?"하고 말했을 정도로 갑작스런 감독 데뷔였습니다.
그러나 이 만 38세 구단주의 야망도 팀의 연패를 끊지는 못했습니다. 선수들 표현을 빌리면 인필드플라이나 낫아웃 규칙도 제대로 모르는 터너가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어떤 지시를 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터너가 어찌할 틈도 없이 2-1패배. 이로써 애틀랜타는 17연패 늪에 빠져 들고 말았습니다.
이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제동을 겁니다. 감독이나 코치는 팀 지분을 소유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건 거죠. 터너는 "이 규정을 어제 갑자기 만든 게 틀림없다"면서도 "사무국하고 소송할 마음이 없으니 감독 자리는 내놓겠다"며 한 게임 만에 '감독 놀이'를 포기했습니다. 코니 맥이 50년 동안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감독을 할 수 있던 이유가 구단주 겸 감독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으니 터너 주장이 전혀 엉터리는 아닙니다.
애틀랜타는 결국 다음 날 번 벤슨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은 경기에서 피츠버그를 6-1로 꺾고 17연패에서 탈출했습니다. 애틀랜타 선수들은 마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샴페인을 터뜨리며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렇게 기뻐 날뛰는 선수 가운데는 나중에 한국 프로야구 롯데 감독을 지내게 되는 제리 로이스터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터너는 감독을 맡은 이유를 두고 "사람들이 야구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 내게 브레이브스는 그저 어른들이 뛰는 리틀 리그였다"며 "1100만 달러를 모아 야구 팀을 살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팀 감독도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터너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저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요? 특히 요즘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구단주 행보를 보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