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역시 역부족이었습니다. NC 다이노스는 오늘 열린 팀 역사 첫 번째 정규리그 1군 경기에서 롯데에 0-4로 패했습니다. NC는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이후 22년 만에 창단한 '진짜 신생구단'입니다.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도 창단 형식을 빌어 창단하기는 했습니다.) 그 전에는 1986년 빙그레 이글스가 있었죠. 이들의 데뷔 무대는 어땠을까요?


첫 판부터 돌격, 앞으로!

쌍방울은 1991년 식목일(4월 5일) 대전구장에서 1군 무대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상대는 당연히 빙그레. 이 경기에서 쌍방울은 빙그레를 2시간 50분 만에 11-0으로 꺾었습니다. 쌍방울 선발 조규제는 6이닝 동안 22타자를 맞아 이정훈에게만 2루타를 내줬을 뿐 무실점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막았습니다. 삼진과 볼넷은 각 4개씩. 마운드를 이어 받은 박진석이 3이닝을 역시 1피안타로 막으면서 세이브를 챙겼습니다.

타선에서는 4번 타자 김호근이 2회 2루타와 5회 홈런으로 상대 투수 송진우와 장정순을 두들겼습니다. 6번 타자 이창원은 4회 송진우로부터 팀 역사상 첫 번째 홈런(솔로 홈런)을 기록했고요. 1번 타자 김실도 6타수 3안타 1도루로 제 몫을 해냈습니다. 3번 김기태는 4타수 2안타. 그 덕에 쌍방울 타선은 1회와 6회를 제외하고는 매 이닝 득점을 뽑았습니다.

경기를 마친 뒤 김인식 감독은 "겨우 한 경기 있겠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 연습경기 시범경기 본경기에 모두 똑같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역시나 한 경기는 한 경기일 뿐. 이 시즌 쌍방울은 OB(현 두산)보다 한 경기를 더 이기면서(52승) 7위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빙그레는 72승으로 2위. 그 뒤로도 쌍방울은 1996, 1997 시즌을 제외하면 사실 (골수 쌍방울 팬들께는 섭섭한 말씀이겠지만) 그리 큰 기억을 남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끈질긴 첫 걸음

1986년 4월 1일 대전에서 열린 빙그레의 데뷔전은 '절망보다는 희망'이라는 표현에 가까운 경기였습니다. 경기에서는 MBC에 7-8로 패했지만 △하기룡-김용수-유종겸-오영일-김태원 등 MBC 주력 투수들을 상대로 끝까지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고 △선발 장명부가 5이닝 6실점(2자책점)으로 무너졌지만 훗날 에이스로 자리매김할 한희민이 4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빙그레 팬들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까지 찬스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7-8로 따라간 9회말 무사 2, 3루 찬스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대타로 나온 4번 김종윤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5번 김상국이 외야 플라이를 날렸지만 3루주자 이군노가 홈에서 아웃 당하며 경기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빙그레는 이후로도 1986시즌이 끝날 때까지 전체 76패 중 29번(38.2%)이나 1점차 패배를 당하며 경험 미숙을 드러냈습니다. 당연히 꼴찌.

그러나 이듬해 6회로 올라서며 전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1988~1989년에는 2년 연속 2위를 차지하며 강팀 반열에 올랐습니다. 팀 이름이 한화로 바뀐 1994년까지 8시즌 동안 빙그레는 493승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통의 강호 해태(554승), 삼성(523승) 다음으로 많은 숫자입니다. 빙그레는 절대 약팀이 아니었습니다.



NC의 운명은?

오늘 NC의 맞상대는 롯데 자이언츠. NC의 홈구장 마산구장은 원래 롯데가 보조 홈구장으로 쓰던 곳이죠. 그러나 롯데는 부산(구덕, 사직)에서 925승 926패 49무(승률 .493·올 시즌 2경기 포함)를 거두는 동안 마산에서는 79승 6무 99패(.429)에 그쳤습니다. 롯데의 원정 통산 승률 역시 .429. 롯데에게 마산은 어차피 원정이었던 거죠.

이제 한 경기 졌습니다. 올 시즌 그리고 앞으로 NC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쌍방울처럼 제 뜻을 다 못 펼까요? 아니면 빙그레처럼 금세 강호로 떠오를까요? 시즌 첫 경기가 끝났을 뿐인데 한국시리즈가 계속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도는 마산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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