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1일 경기까지 리그에서 병살타가 가장 적은 팀은 한화(25개)입니다. 병살타 숫자만 적은 게 아니라 병살타 상황에서 실제로 병살타를 때린 비율(병살률)도 7.6%로 가장 낮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사도 나왔습니다. 기사에서 한화 강석천 타격코치는 병살타가 적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강 코치는 “득점권에서 짧게 치는 걸 강조한다. 번트 등 작전 수행 능력이 좋아진 게 병살타가 줄어든 요인이다. 무엇보다 맞아서라도 살아 나가려는 선수들의 집념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말 속에 한화가 병살타가 적은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번트'입니다.

21일 경기까지 한화(68개)는 SK(81개)에 이어 두 번째로 희생번트를 많이 댔습니다. 병살 숫자는 한화가 가장 적고 SK가 그 다음입니다.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로 많이 보낼수록 당연히 병살타 확률도 줄어들겠죠.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만 꼭 희생번트를 대는 건 아닙니다. 주자가 2루에만 있을 때 번트로 3루에 보내는 것도 희생번트죠. 그런데 주자가 2루에만 있을 때는 병살타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SK는 주자가 2루에만 있을 때 희생번트를 16번 성공시켰습니다. 한화는 6번. 그럼 10개 차이가 납니다. 원래 희생번트 차이가 13개였으니 1루만 놓고 보면 3개 차이로 줄어드는 거죠.

실제로 병살타가 나올 수 있는 상황, 그러니까 무사 혹은 1사에 1루 주자가 있을 때 SK는 희생번트를 65개 성공시켰고 한화는 62개입니다. 3위 KIA는 같은 상황에서 52개입니다. 병살타를 줄이려 이렇게 애쓰는데 당연히 병살타가 줄겠죠.

<병살타 상황 기록(~6.21)>
 구단  병살타  타석  병살률  희생번트  삼진  사구
 한화  35  458  7.6%  62  83  5
 SK  38  413  9.2%  65  56  10
 LG  44  489  9.0%  32  61  8
 KIA  50  528  9.5%  52  75  6
 삼성  54  498  10.8%  30  72  10
 넥센  55  450  12.2%  43  72  10
 두산  60  510  11.8%  27  80  17
 롯데  62  535  11.6%  14  76  5

또 한 가지 이유는 삼진입니다. 한화 타자들은 병살타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83번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개수는 물론 비율(18.1%)도 1위입니다. 타자가 삼진과 병살타를 동시에 기록할 수는 없죠. 역시나 병살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거꾸로 강석천 코치가 알면 놀랄 소리겠지만 병살타 상황에서 몸에 맞는 볼이 가장 적은 팀이 한화와 롯데(각 5개)입니다. '맞아서라도 살아 나가려는 선수들의 집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로 맞고 나가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럼 '득점권에서 짧게 치는 걸 강조'했던 건 어땠을까요. 병살타 상황이면서 득점권인 상황에서 한화 타자들 타율은 .280입니다. 시즌 타율 .246에 비하면 34포인트 높습니다. 그런데 한화를 제외한 7개 팀은 같은 상황에서 .292를 쳤습니다. 리그에서 한화가 병살타가 적은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거죠.

병살이 많은 것보단 적은 게 좋은 건 당연한 일. 그래도 병살타를 가장 많이 때린 롯데(62개) 타자들이 장타율(.406)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걸 보면 꼭 낙담할 만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대전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팀OPS(출루율+장타율)가 최하위인 팀이 병살타만 적다고 꼭 자랑은 아닐 테니까요. 그러니까 야왕에겐 가르시아가 필요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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